[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현대엘리베이터와 글로벌 승강기 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이하 쉰들러)의 적대적 인수 합병 논란이 다시 타오르고 있다.
쉰들러가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9만119주를 장내 매도한 이후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지난달 26일 주당 4만3100원 수준에서 7월 6일 3만9050원까지 하락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내년 1월 5일까지 300억 원을 들여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10일 현재 주가는 4만 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2019.09.25 leehs@newspim.com |
쉰들러는 당시 주식 매도 이유를 '투자자금 회수 목적'이라고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노린 주가 흔들기라는 의혹이 나왔다.
현정은 회장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렸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담보 가치가 하락해 채권자로부터 반대 매매를 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쉰들러가 이를 틈타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쉰들러는 지난 20년 간 현대엘리베이터 인수 의지를 보여왔다. 현대 엘리베이터 측에 따르면 쉰들러는 2003년 현정은 회장이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부터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쉰들러는 이같은 시도가 실패하자 2006년 KCC와 울산화학으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를 매입해 2대 주주가 됐는데, 2010년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자 승강기 사업을 넘기면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현 회장이 이를 거절하자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적대적 M&A를 시도한 바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측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쉰들러 측의 주식 매도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소액주주 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쉰들러의 행태를 보면 적대적 M&A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자사주를 제외한 유통주식수 기준 우호 지분이 30%를 넘기며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지배력이 한층 강해졌다. 관계자는 "현 회장의 보유 주식이 쉰들러의 2배가 되기 때문에 아직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쉰들러의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보유 지분은 이번 주식 매각으로 15.93%로 줄어들었는데 쉰들러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0% 이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며 계속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로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역으로 쉰들러가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각하며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회사를 성장시키면서 우호 주주를 찾고, 공격으로 위기가 올 경우 국민주나 우리주식사주 등을 통해 협력업체의 동참을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등 경영권 지키기 총력 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실적으로 매출 2조1293억원, 영업이익 430억원을 올렸다. 세계 3위로 평가되는 글로벌 승강기 시장인 한국에서 40%의 지분을 차지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다시 불고 있는 경영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