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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바른말 쓰기] 손민수·탈룰라, 특정 맥락서 파생된 밈…세대 분리 부추겨

기사등록 : 2023-07-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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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과학적인 언어이자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외래어와 외국어 그리고 신조어가 무차별 하게 남용되고 있습니다. 방송과 드라마, 영화, 인터넷과 SNS엔 신조어 등이 넘쳐 납니다. 이에 뉴스핌은 미디어에 쓰인 한글 오남용과 함께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하는 이유를 풀어 내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선 매일같이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나고 더이상 쓰지 않는 용어는 사라진다. 특히 TV 드라마, 특정 콘텐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발생한 신조어와 은어, 줄임말이 널리 사용되면서 새로운 용어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시니어 세대와 의사소통이 더욱 어려워진다.

일반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정치성향, 취향, 교육수준 등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신조어의 어원이나 특정 게시판 등 용어의 출처를 알지 못해 세대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사진=tvN 치즈인더트랩]

요즘 젊은 세대는 남을 따라하는 것을 '손민수 한다'고 말한다. 이 용어의 출처는 네이버 인기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이다. 캐이블 채널 tvN에서 방송되면서 더욱 널리 퍼졌다. 작품 속 주인공인 홍설의 일거수 일투족을 묘하게 따라하고 신경쓰이게 만드는 인물의 이름이 손민수다.

이후 '치즈 인 더 트랩'의 시청자들이 이 에피소드와 설정에서 따온 용어로 남을 입었던 옷과 신발 등 물건을 따라 구매하거나, 행동을 따라하는 것을 '손민수 한다'고 말하는 데서 유래해 해당 용어가 온라인상을 중심으로 널리 쓰이게 됐고 점차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도 퍼져나갔다. 해당 웹툰과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맥락이 담긴 신조어다.

[사진=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유튜브 예능 콘텐츠나 SNS 상에서 자주 쓰이는 '탈룰라'라는 용어는 외국 봅슬레이 영화 '쿨 러닝'의 장면에서 나온 대화가 어원이 됐다. '탈룰라'라는 썰매 이름을 들은 사람이 "직업여성의 이름 같다"면서 비하했다가 상대가 "우리 엄마 이름이다"라고 하자 "예쁜 이름이다"라고 말한 상황을 담은 신조어다. 아무 생각없이 부정적인 말을 내뱉고는, 예상치 못한 진실을 알고 급격히 태세전환을 한다는 의미가 자연스럽게 한 단어에 축약돼 담겼다.

이 역시 해당 에피소드와 온라인에 퍼진 경위를 알지 못하면 의미를 전혀 알아듣지 못할 수 있는, 특정 맥락에서 나온 신조어다. 최근에는 100만뷰를 손쉽게 넘기는 유튜브 콘텐츠, 케이블 예능 등에서도 '탈룰라'라는 말을 자막으로 달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린 출연자들이 '웃픈' 상황을 강조하며 심심찮게 사용한다. 개인 방송을 하는 유튜버, 크리에이터들도 자주 쓴다. 심지어는 '탈룰라'가 무슨 의미인지 모른 채 접한 상황의 맥락을 따라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이와 가장 비슷한 사례로 널리 쓰이고 알려지며, 두루 쓰는 신조어로 자리잡은 용어가 '리즈 시절'이다. 외모, 인기, 실력 따위가 절정에 올라 가장 좋은 시기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축구 선수 스미스(Smith, A.)가 축구 클럽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던 때를 이르던 말에서 비롯했다. 이 신조어의 사용이 몇 년 지난 지금은 해당 맥락을 알지 못하는 세대도 '리즈 시절' '리즈 갱신'이라는 말을 어색함이 없이 사용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글날 기념 '한글·나·들이' 아름다운 우리말 백일장에서 시민들이 주제문 확인을 하고 있다. '한글·나·들이'는 외래어, 신조어, 줄임말 등을 사용하는 대신 올바른 우리말을 권장하고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기리는 백일장 행사다. 2022.09.25 mironj19@newspim.com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면, 신조어와 줄임말은 사람들이 널리 사용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상어로 자리잡는다. 다만 특정 콘텐츠에서 발현한 신조어나 편향된 의미의 신조어 사용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신조어의 유일한 장점은 빠른 세태 반영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원활함이다. 신조어 자체의 사용을 지양한다기보다, 해당 용어의 출처와 어원을 분명히 하고 문제가 없다면 빠르게 정착시켜 세대간의 의사소통 저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게 미디어 종사자들과 국어를 연구하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19년 발간된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에서 발간된 논문 '한국어 신조어에 대한 고찰 -2015년~ 2019년 한국사회 인기 신조어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신조어는 인간과 사회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고,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신조어에 대한 연구가 꼭 필요하다. 다만 새로운 개념을 나타내기 보다는 단순한 줄임말이나 특정집단에서 사용되는 은어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논문 저자는 "신조어는 언어파괴를 유도하고 세대 간의 소통을 단절시키며, 혐오표현이 너무 많이 생성된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시대와 상황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신조어를 모르고는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신조어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봤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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