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정부가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에 130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한국시간 기준 18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에 판정 해석·정정을 신청하고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과천=뉴스핌] 백인혁 기자 =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법무부의 모습. 2020.12.03 dlsgur9757@newspim.com |
법무부는 중재판정부가 손해액 산정 과정에서 삼성물산 합병 후 엘리엇 측에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 금액'으로 공제해야 한다고 설시했으나, '세후 금액'을 공제해 정부가 부담할 원금이 60억원 이상 증가돼 정정을 신청했다.
아울러 손해배상금 원금에 붙는 판정 전 이자(약 326억원)는 '원화'로 지급해야 한다고 설시했지만, 판정 주문에서는 '미화'로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판시해 명확한 해석을 신청했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가 '한-미 FTA상 관할'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관할은 'ISDS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인지 여부에 대한 사전적 판단'을 뜻한다.
법무부는 이 사건의 경우 ▲관할 위반(중재합의 범위 일탈 등) ▲절차상 중대한 하자 ▲영국법 위반 등이 문제 된다고 봤다.
우선 '소수주주는 자신의 의결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상법상 대원칙에 따라 삼성물산의 여러 소수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대한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다른 소수주주인 엘리엇의 투자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재판정부가 국민연금을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의결권 행사 책임이 정부에 귀속된다고 판단한 것 또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가 예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이유다.
법무부는 '한-미 FTA'의 일방 체약국인 미국 역시 이 사건 중재판정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제출한 '비분쟁당사국 의견서'에서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비정부기관의 조치는, 그 기관이 위임받은 정부적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힌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당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합병무효 소송 및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남용 등 위법행위가 있었더라도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독립된 의결권 행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법무부는 "공공기관 등이 소수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ISDS 사건은 찾기 어렵기 때문에 취소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이 사건과 관련해 취소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본건과 유사한 사실관계에 근거해 절차가 진행 중인 관련 ISDS 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은 유사 사안에서 2억 달러(약 2576억원)의 손해를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문상 계산 오류와 판시사항에 대한 시정을 구하고 법리적으로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아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헛되이 유출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중재판정부와 협의한 결과 국문 및 영문으로 작성된 판정문이 오늘 오후 8시경 PCA와 법무부 홈페이지에 게재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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