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유통사와 제조사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이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통해 '쿠팡식 갑질' 잡기에 나섰다.
기존 공정거래법은 시장 내 우월적 지위를 따져야 했지만, 대규모유통업법은 우월적 지위를 따질 필요 없이 유통업체를 곧바로 제재할 수 있다. 이번 법 개정이 쿠팡과 CJ제일제당의 납품 갈등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사진=뉴스핌 DB] |
20일 유통업계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무회의 절차를 거쳐 공포되고 나면 6개월 이후부터 법이 시행된다.
개정안은 대규모유통업자가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자의 독자적인 경영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에게 이를 행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공정위는 그간 이러한 경영간섭 행위에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금지 규정을 적용해 왔다. 기존 대규모유통업법에 관련 금지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영 간섭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거래상 지위가 누구에게 있느냐를 따지는 게 관건이었다.
실제로 공정위는 쿠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LG생활건강에 다른 유통채널의 가격을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쿠팡이 이에 불복해 항소심을 제기했다.
공정거래법을 근거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도 우월적 지위가 누구에게 있느냐를 따지는 게 쟁점인 상황이다.
쿠팡은 항소심에서 당시 신생 유통채널에 불과했던 자사가 제조 대기업인 LG생활건강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졌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법 개정을 통해 대규모유통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규율하고, 경영간섭에 노출된 납품업자에 대한 보호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그간 우월적 지위를 따지는 게 쟁점이었지만, 개정안은 대규모 유통업체가 갑질을 했는지 여부만 따지면 된다"라며 "유통자본의 힘이 세진 만큼 공정위가 금지 규정을 마련한 것으로 쿠팡과 CJ제일제당의 납품 갈등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CJ제일제당과 납품 단가를 두고 갈등을 겪다가 지난해 말부터 CJ제일제당 제품 직매입을 중단했다. 이에 현재 쿠팡의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통해 CJ제일제당의 햇반, 비비고 등을 받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하면 공정위는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위반 행위에 관련된 상품 매입 금액에 준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5억원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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