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집값이 저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다주택자가 늘어나고 있다. 집값 하락세가 둔화하고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따른 영향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역시 다주택자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안에 따라 세부담이 완화된데다 보유세 완화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것이다.
집값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향후 다주택자는 추가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나 종부세 감축은 국회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조기 시행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다주택자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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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이후 집합건물 다소유지수 상승…2021년 수준까지 올라와
지난 6월 기준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16.40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증가했다. 등락을 거듭하던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지난해 5월 16.15에서 꾸준히 상승해 부동산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 수준까지 올라왔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아파트 및 다세대·연립주택,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소유한 사람 중 2가구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율이다.
이 수치는 통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다 문재인 정부 당시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규제 정책이 쏟아지면서 2020년 7월부터 감소세로 전환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완화 정책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시행 영향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2년 7월 2주택 소유지수는 11.025였다. 이후 소폭이지만 매달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 6월에는 11.195로 늘었다. 3주택 소유지수도 같은 기간 2.587에서 2.622로 올랐다. 4주택자는 0.961에서 0.974로 증가했다. 다만 5주택자 이상 다주택자는 제자리 걸음 양상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던 규제지역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2024년 5월까지로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종부세 중과를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주택자 입장에선 세금 부담이 줄어들게 되는 만큼 일부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다면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얼어붙어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기 위해 내놨지만 매도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 된 것도 다주택자 비율이 높아진 원인으로 꼽힌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양도세와 종부세 중과가 유예되면서 주택가격이 올라갈 경우 세금을 내더라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들은 일종의 투자자"라며 "그들이 움직인다는건 세후 수익률도 중요하겠지만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고 오를것이란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라며 말했다.
◆ 집값 상승에 투자 수요 몰려…다주택자 증가 예상
올해 들어서 집값 하락세가 둔화된데다 상승전환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다주택자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이 안전자산이란 인식이 깔린 점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순위 청약의 무주택·거주지 요건이 폐지되면서 전국의 다주택자도 소위 '줍줍'이 가능해진 점 역시 다주택자가 늘어날 수 있는 요인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주 보합에서 이번 주 0.02%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집값 상승은 지난해 1월 넷째 주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서울은 전주(0.04%) 대비 0.07% 상승하며 9주 연속 오름세다. 지방 아파트 가격 역시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원 연구원은 "대대적으로 규제가 완화된데다 추가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저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일부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들이 일종의 투자처로 보고 구매하고 있는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양을 받았거나 상급지로 갈아타는 수요가 일시적 2주택자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분양받은 아파트로 입주를 해야하는데 집이 팔리지 않아 전세로 내놓아 다주택자가된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 연구원은 "투자수요가 아니더라도 일시적으로 다주택자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를 해야 하는데 집이 나가지 않는 경우 전세로 내놓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나 종부세 감축이 유예되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해야하는 만큼 폐지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 거래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다주택자 규제는 대부분 전 정부에 강화됐다는 점에서 다수인 야당의 반대가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