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 '생연7리' 성매매 집결지 모습. 낡은 건물에서 '집결지의 역사'가 읽힌다. [사진=최환금 기자] 2023.07.24 atbodo@newspim.com |
[동두천=뉴스핌] 최환금 기자 = 동두천시는 최근 성매매 집결지(이하 집결지) 부근 인식 변화를 위한 시민 교육을 진행했다.
동두천시 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이번 교육은 동두천시 여성단체협의회, 지역발전 범시민대책위원회 및 일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집결지가 왜 폐쇄돼야 하는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왜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로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동두천시에는 파주시보다 규모는 적지만 '생연7리'에 집결지가 존재하고 있다. 6.25 전쟁 이후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조성돼 파주시 용주골과 유사한 경우다. 일정 규모로 유지돼 오다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규모가 점차 줄어들었다. 27개 업소에 종사자 60여 명이 있었으나 현재 13개 업소에 20여 명이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이번 교육은 집결지 폐쇄를 위해 파주 용주골 사례를 바탕으로 집결지 폐쇄 추진 과정, 동두천시와 경찰서·소방서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방안, 여행길 걷기, 올빼미 활동 등 시민들의 참여와 노력 등 강의를 통해 집결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이날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우 이희애 원장은 '집결지 형성 과정, 집결지 폐쇄를 위해 시민들의 응원이 절실히 필요한 점, 성매매의 실상, 성매매 여성들을 왜 피해자라고 하는지'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모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동두천시가 최근 진행한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시민교육 모습. [사진=동두천시] 2023.07.24 atbodo@newspim.com |
시민들 집결지 보는 시각 다양… 찬·반 의견 엇갈려
윤한옥 동두천시여성단체협의회장은 "파주 용주골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겪고 있는 진통의 과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며 "오늘 교육을 계기로 집결지 폐쇄에 대해 흔들림 없이 추진해 주길 바라며, 성매매 피해자들의 자활과 사회복귀를 위해서도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시민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집결지를 보는 시각이 다양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한 시민은 동두천에 집결지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성매매를 하는 곳이라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접대하는 술집같은 곳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면서 "아직 지역에서조차 집결지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아 집결지 폐쇄 추진 시 호응이 어떨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한 시민은 "집결지라도 종사자들은 생활환경에 따라 불가피하게 선택한 삶의 터전일 수도 있다"면서 "무조건적인 폐쇄보다는 여러 대안을 제시해 그들에게도 선택권을 주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인근의 다른 시민은 "박형덕 시장이 민선8기로 취임한지 1년이 지나면서 공약 44건 중 15건으로 34%의 이행률을 이뤘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동두천을 새롭게 시민을 힘나게 한다'는 시정구호로 여러 공약을 추진하고 이행률도 적지 않지만 집결지인 '생연7리'에 대해서는 어떤 방침이 있는지 공식화 안돼서 사실 집결지 폐쇄 여부보다 지역경제 발전에 더 관심이 많다"고 언급했다.
많은 지역 주민들의 견해는 아니지만 현지 집결지에 관한 분위기는 어느정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집결지 폐쇄에 대한 찬·반 의견은 한 측면으로만 몰리지 않는다.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집결지 폐쇄 문제만큼은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양새를 나타낸다.
동두천시 집결지 업소가 야간에 영업 낮엔 개점휴업하는 식의 불법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최환금 기자] 2023.07.24 atbodo@newspim.com |
성매매특별법 시행에 위헌 주장도… 합헌 결정 불구 논란 여전
2001년 당시 종암경찰서 김강자 서장이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 집창촌(성매매 집결지 옛 호칭) 영업을 규제하면서 집창촌 규제가 확산되는 등 풍선효과가 대단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규제로 집결지 여성들에 대한 인권유린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2000년과 2002년 두차례 발생한 군산 집결지 화재 참사로 20여명의 사상자 발생 이후 집결지 여성들도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며 이들을 억압한 업주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2004년 이른바 성매매피해자보호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처벌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등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시행에 따른 반발 역시 거세지면서 2012년에 40대 종사자 A씨가 "자발적 성매매 여성까지 처벌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며 성매매처벌법 21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여러 논란 끝에 2016년 3월 헌법재판소는 '돈을 주고 성(性)을 매수한 남성뿐만 아니라 착취나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여성도 처벌하도록 한 성매매특별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재판관 중 '위헌' 결정을 낸 소수의견도 있어 이를 두고 집결지에 대한 사회와 개인적 가치관의 변화로 볼 수 있기에 합리적 조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도서관에 소장된 학술지 한국사회학 48권 1호에 게재된 '생활세계로서의 용산: 사진 분석을 통해서 본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의 장소 경험과 의미'(대구대 이희영}에서 보는 시각은 부정적이기보다 사회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학술지에 따르면 "집결지에 대한 이해와 함께 집결지에 대한 철거는 여성들의 '생활장소 상실'과 동시에 묵인과 차별정책 속에서 유지돼 온 한국의 성매매 현장을 역사적으로 경험하는 현실"이라면서 "그 속에서 발생한 각종 인권유린과 사회적 차별을 성찰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의 상실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동두천시 집결지 모습. 입구에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팻말이 보인다. [사진=최환금 기자] 2023.07.24 atbodo@newspim.com |
파주 인근지역, '집결지 폐쇄' 풍선효과 우려… 대책 서둘러
현실적으로 이곳에서 중장기적으로 생활해 온 집결지 여성 등 종사자들은 집결지 자체가 배척되거나 철거되는 대상이 아니라 생존권이 걸린 '지긋지긋하면서도 편안한 집'이었다는 것이다. 집결지를 억압적이면서 동시에 안전과 정체감을 제공한 갈등의 장소로 본 것이다.
집결지는 오래돼 낡고 좁은 건물과 방들로 형성된 낙후된 공간이었으며, 성매매에 대한 한국사회의 이중정책이 생산한 공간이었다. 즉 집결지는 깨끗한 사회와 오염된 사회를 구획하는 '차이의 공간화'가 낳은 결과였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날 시민교육에서 예시한 파주 용주골 등 전국의 집결지들(사실 미아리, 청량리 등 이미 폐쇄된 곳까지 언급)은 일방적인 폐쇄는 정답이 아닌 사실을 우회적으로 보여준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앞서 동두천시의회 김승호 전 의원(7대·가선거구)는 2021년 재임 당시 한 언론매체와 전화연결에서 타 지역 집결지 폐쇄 풍선효과로 동두천시에 몰리는 현상을 우려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다른 지역 집결지가 폐쇄 방침에 업주들이 동두천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말 그대로 동두천 지역은 구도심 일대에 존재하면서 야간에만 영업, 낮엔 개점휴업하는 식으로 공공연한 불법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파주시에서 김경일 시장이 올해 시정 1호로 언급하면서 집결지 폐쇄가 다시 공식화 됐다. 이에 상대적으로 인근 지역은 집결지 여성들의 유입 우려로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동두천시의 이번 시민교육도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동두천시 등이 집결지에 걸어놓은 '우리는 성매매 없는 일상을 지킨다'는 현수막에서 폐쇄 의지가 보인다. [사진=최환금 기자] 2023.07.24 atbodo@newspim.com |
동두천시, 박 시장 임기내 해결 모색… 파주시, 강공모드 지속
동두천시 관계자는 "아직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박형덕 시장이 임기 내 집결지 폐쇄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파주시의 집결지 폐쇄 추진 관계자와 소통하면서 집결지 반발을 최소화하는 등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박형덕 시장은 파주시가 집결지 폐쇄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종사자 등이 동두천 지역으로 유입되는 풍선효과를 우려해 집결지인 '생연7리'를 정비하기 위한 계획 수립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서두르지 않고 2026년 폐쇄를 목표로 성매매 종사자의 자활교육과 일자리 제공 등 지원방안을 우선 마련한 후 업주의 자진 폐쇄식으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순조롭게 해결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파주시의 집결지 패쇄 추진의 영향이 적지 않은 가운데 파주시의 강공모드는 계속되고 있다.
파주시는 최근 1단계 정비 대상 위반 건축물 32개 동에 대해 행정대집행 영장을 발부하고, 8월~10월 사이 행정대집행을 통한 강제 철거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경일 파주시장이 "집결지 불법 건축물이 없어질 때까지 과감하게 정비할 것"이라며 "집결지의 완전한 폐쇄를 위해 중단없이 나가겠다"고 말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다.
김 시장이 집결지 폐쇄에 대해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마치 '집결지와의 전쟁' 같은 상황이다.
집결지 종사자들에게도 역시 생존권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로 전쟁도 불사할 태세다. 이들은 말 그대로 물러서면 살아갈 수 없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김경일 시장 취임시 '시민중심, 더 큰 파주를 내세운 소통시장'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작년에 취임 100일을 맞은 시점에서도 역시 "'시민 중심 더 큰 파주'를 향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을 강조한 것을 언론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강 대 강'만이 해법은 아니다. 김경일 시장의 집결지 대응에 대해 지켜보는 눈이 많다. '시민중심의 파주'라면 집결지 종사자들 역시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동두천시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윤리적 개념에서 집결지와 집결지 여성을 없애야 할 존재로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이 생계수단으로 집결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약자로 이해하고 상생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를 기대한다.
언급한 종암경찰서 김강자 전 서장이 집결지 폐쇄에 앞장섰지만 이후에는 왜 성매매특별법 반대를 외치게 됐는지, 그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틀림없이 상생의 방법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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