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법원이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사전통지 없이 예정된 선고기일을 2주일 앞당겨 선고한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기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총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택배화물차 등을 대신 팔아주겠다며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4억5000만원 상당의 보증금과 차량을 교부받아 편취하고 145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A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총 징역 2년6월을 선고했고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은 "1심 선고 이후 형을 변경해야 할 정도로 특별한 사정 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10명과 합의하고 피해금 일부를 지급한 사정을 참작해 형을 정했고 여전히 대부분 피해가 회복되지 않아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과정이 위법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항소심은 지난 3월 8일 A씨에 대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4월 7일로 지정·고지했는데 예정된 기일을 2주 앞둔 3월 24일 돌연 A씨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당시 교도소에 재감 중이던 A씨는 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법정에 출석해 선고를 들었다.
대법은 "원심의 조치에는 선고기일로 지정되지 않았던 일자에 판결 선고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공판기일의 지정에 관한 법령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설령 재판장이 피고인이 재정한 상태에서 선고를 하겠다고 고지해 선고기일이 변경된 것으로 보더라도 양형자료 제출 기회는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 보호될 필요가 있다"며 "형사소송법상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양형부당 주장이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어 피고인에게는 원심 판결의 선고기일이 양형에 관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 법원은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사전에 통지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급박하게 기일을 변경해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과 이에 관한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대법은 항소심이 변론종결 후 피해자와의 합의서 등 유리한 양형자료 제출을 위한 기간을 고려해 A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지정한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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