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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우크라전 무기지원 논의할 수도"…중·러 동시에 평양 초청한 김정은

기사등록 : 2023-07-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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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3년 여 만의 북중러 회동
중국은 국회부의장, 러시아는 국방장관
"핵·미사일 자제 요청 받을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 대표단을 초청해 북중러 공조를 과시하고 나섰다.

26일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비롯한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25일 밤 평양에 도착했다.

25일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에 도착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공항에서 북한군 의장대의 환영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왼쪽은 강순남 북한 국방상. [사진=Zvezda TV] 2023.07.26

쇼이구 장관을 맞이하기 위해 북한은 이례적으로 강순남 국방상은 물론 정경택 군 총정치국장과 박수일 총참모장까지 순안공항 활주로에서 군 의장대를 동원한 영접 행사를 했고 야간임에도 평양 시내 연도 환영행사까지 펼쳤다.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정부 대표단도 북한의 초청으로 방북하는 것으로 노동신문 등 매체들은 밝히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국회 부의장과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고위직을 평양에 파견함으로써 정전협정 70주년과 관련한 북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북한과의 친선관계를 다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6.25전쟁을 '미 제국주의를 타승(打勝)한 싸움'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전협정 체결일을 이른바 '전승절'로 기념해 오고 있는데, 중러가 여기에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특히 경제⋅안보 측면에서 바이든 미 행정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분위기다.

2018년 3월 27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釣魚臺) 양위안자이(養源齎)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오찬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부동반으로 차 문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국면에서 인접국 벨라루스 외에 사실상 유일한 지지국인 북한을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특히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움직임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거부권 행사 등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해준다는 점에서 중러와의 유대 강화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러 대표단은 27일 열릴 것으로 알려진 평양 김일성광장 일원에서의 '전승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참관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각각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리훙중 부위원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북중 친선 강화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쇼이구 장관의 경우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과 함께 북러 간의 군사협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공산이 크다.

양측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 병력이 참가하는 문제를 포함해 무기⋅군복 지원은 물론 전후 복구사업에 북한 근로자를 투입하는 사안까지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 방북을 계기로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SSBN 737)에 올라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한 후 잠수함을 둘러 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7. 26

코로나19 확산사태로 북한이 외부와의 통로를 닫아 건 2020년 1월 이후 첫 중러 고위 대표단의 동시 방북이란 점에서 미국의 대북압박은 물론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의 안보상황,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에 대한 전략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한미 간 대북공조 강화로 핵협의그룹(NCG)가 가동을 시작했고, 지난주 미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SSN-737)의 부산 기항에 이어 핵추진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760)이 제주항에 입항하는 등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 껄끄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한미일 대북공조 움직임까지 강화되는 상황이라 북한은 중러에 러브콜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런 국면을 활용해 중러 대표단을 평양에 불러들이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술핵 등 첨단 무기를 공개함으로써 북한의 전쟁능력을 과시하고 중러로부터 인정을 받겠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물론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자제 요청을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은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해 미중 관계 복원을 위한 논의를 벌인 바 있는 데, 이 가운데 북한 핵과 미사일과 관련한 중국의 자제 요청 등 역할 문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리 외교당국자도 25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 대표단의 평양 방문과 관련해 한중 간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전하고 "러북 관계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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