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핌] 홍재경 기자 =27일 오전 8시 31분. 서울과 인천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한 환승객 등 이용객이 많아 혼잡하기로 유명한 인천지하철 1호선 계양역. 조금 늦은 출근시간대이기는 하지만 역사 전체가 이용객들로 붐볐다.
화재경보기 소리에 승강장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당황하며 허둥대기 시작했다. 일부 승객은 출입구로 달려 가기도 했다.
3~4분 뒤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했다는 방송이 나왔지만 승객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백명이 몰려 있는 지하철역에 화재경보기가 울리며 3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소방당국에는 신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철도 계양역 전광판에 화재 발생을 알리는 문구가 게재돼 있다 [사진=독자 제보] |
인천지하철역은 화재경보기가 울려도 누군가 119로 신고하기 전에는 소방당국이 알지 못하는 등 재난 초기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다중이용시설 중에서도 일시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지하철역 같은곳은 화재 등 재난으로 인한 직접 피해도 크지만 대피과정에서 압사 등 2차 피해가 커 재난 감지 및 초기 대응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8일 인천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인천지하철 1·2호선 역에는 화재탐지장비와 연동돼 화재발생상황을 소방관서에 자동으로 전달토록하는 화재속보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다. 재난 감지 및 초기 대응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은 것이다.
전날 계양역에서 오작동이기는 했지만 화재경보기가 울려도 소방관서에서 출동은 물론 상황 조차 파악이 안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송모(52)씨는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3~4분 뒤 안내방송이 나올때까지 이용객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거나 대피를 안내하는 인력이나 전광판의 문구 하나 못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재경보기 오작동이어서 다행이지 실제 상황이었다면 불이나 연기로 인한 피해보다 대피과정에서 피해가 더 컸을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수도권지하철역 모두가 인천처럼 재난 초기 대응 시스템이 미흡한 것은 아니다.
서울지하철역은 화재속보설비가 설치돼 화재 발생이 감지되면 곧바로 소방관서에 상황을 전달, 최단시간 내에 출동 및 구조 활동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화재속보설비 설치가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시민과 지하철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해 속보설비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지하철역을 비롯, 다른 곳의 역은 재난시 이용객들이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대합실 또는 승강장 전광판에 안내 문구를 게재하고 있다.
인천지하철 계양역 화재경보기가 오작동으로 울리던 시각 공항철도(주)가 운영하는 인천공항철도 계양역 승강장 전광판에는 '계양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안내 문자를 게재해 이용객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천의 한 소방안전전문가는 "밀집된 곳에서 화재 경보 등 돌발 상황이 생기면 어느 한쪽으로 한꺼번에 몰리는 힘이 생겨 정상적인 대처가 어려워 이태원 참사 같은 일어 벌어지게 된다"며 "사전에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시 운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화재경보기 작동에 따른 119호출 및 지하철 역 내 전광판에 비상상황 자동 안내 시스템은 구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재발생시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종합관제소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소방본부와 소방시설 감시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jk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