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대전의 부족한 시내버스노선, 긴 배차 간격. 시 교통당국의 엉터리 교통행정에 시민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출퇴근시간대 버스의 혼잡도가 인내력을 넘어선 극심한 상황에 이르렀다.
대전에 거주하는 A씨의 사례를 보면 대전시의 최악 교통시스템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는 매일 아침 8시 대전 대덕구 중리동 영진f로얄아파트 인근에서 버스를 타고 둔산동으로 출근한다.
A씨가 출근 시 이용하는 617번 시내버스는 대덕구 비래동에서 출발해 송촌동, 선비마을, 법동 한마음·삼호·e편한, 중리동 영진㉵, 오정농수산물시장, 대전시청을 거쳐 서구 갈마동, 변동으로 연결되는 노선이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뉴스핌>은 28일 오후 4시쯤 낮기온 35도 내외로 잇따라 내려진 폭염경보로 불쾌지수가 더해진 대전시청앞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20분 안팎의 체감시간은 상당히 길게만 느껴져 짜증을 더했다. 2023.07.31 gyun507@newspim.com |
이 노선은 중·소형 대단위 아파트단지와 도매시장, 오피스촌을 잇는 사실상 출퇴근용으로 이용객이 많은 시내버스다.
하지만 617번 버스를 출퇴근시간대 타기 위해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승객은 많은데 배차간격이 길다 보니 버스 혼잡도는 대전 시내버스 101개노선 중 최악으로 꼽힌다.
이 버스는 대덕구 비래동에서 대전서구 둔산권으로 나가는 유일한 버스 노선이다. 중리동 주민 B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둔산동에 근무지를 둔 그는 출퇴근에만 하루 1시간 10분 정도를 사용한다.
하지만 대덕구 비래동에서 출발한 버스가 인접한 송촌동, 법등 아파트단지를 돌면 이미 중리동에선 만원버스가 된다. 출근시간대 대덕구에서 둔산권까지 약 30~40분 걸린다.
여기에 비나 눈 등 기상상황이 좋지 않거나 사고라도 날 경우 버스가 언제올지 인내력이 한계를 넘는다. 이는 긴 배차 간격으로 20~30분 이상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기다리다 못해 결국 1만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하며 택시를 타야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B씨는 "출퇴근 시간은 도로가 정체돼 소요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면서 "따라서 배차간격을 단축해야하며 이를 위해선 하루빨리 증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시내버스가 준공영제 도입 이후 2023년 7월 현재 버스노선 수는 101개로 늘어난 반면 대전 버스 대수는 1015대이다. 여기에 배차간격 10분 안팎의 노선 1개 신설에 (대구시 기준) 버스가 20대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대전 시내버스는 101개 노선에 평균 10대 꼴이다.
<뉴스핌>은 이처럼 시민은 뒷전인 대전시의 나몰라라식 교통행정을 확인해보기 위해 현장으로 나섰다.
지난 25일 오전 출퇴근시간대 오정농수산물시장 앞에서 617번 버스를 이용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1분 1초가 급한 출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무려 20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시작부터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버스가 도착하자 승객들이 우르르 버스에 몰렸다. 간신히 승차는 했지만 좌석은 커녕 잡고 서있을 손잡이도 없을 정도로 이미 승객들로 만원이었다.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어 운전기사 보호 칸막이에 몸을 기댈 수밖에 없었다.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였지만 휠체어 이용자는 출퇴근 시간대 탑승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버스는 에어컨을 가동했지만 가득찬 승객들 열기에 버스 내부는 후텁지근했다. 게다가 버스는 배차시간을 맞추려는 듯 정체된 도로의 차량 사이를 곡예하듯 달렸다.
하지만 아무리 '베테랑 운전'이라해도 운행속도는 저조하다. 실제로 대전교통빅데이터 플랫폼에 따르면 25일 출근시간대인 오전 8시 617번 주행속도는 15.9km/h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성구에서 동구 소제동으로 이동하는 101번 노선 버스가 같은 날 오전 8시~9시 22.0km/h 속도를 낸 것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치다. 빅데이터에 다른 날짜로 확인해봤지만 역시 평일 출퇴근 시간대 운행속도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지옥버스'로 악명을 떨치는 617번에 탄지 20여분 후 드디어 관공서와 병원, 학원, 기업 등이 몰려있는 시청역에 도착했다. 수십명이 한꺼번에 하차하면서 내리기도 쉽지 않았다. 몸과 마음은 이미 파김치처럼 늘어진 상태가 됐다. 내리는 시민마다 짜증과 스트레스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617번 버스 이용객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시내버스 혼잡도 상황이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특히 최근 낮기온 35도 내외로 잇따라 내려진 폭염경보로 불쾌지수가 더해진다.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20분 안팎의 체감시간은 상당히 길게만 느껴져 짜증을 더한다. 이렇게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극한 더위는 연일 가중되고 있다.
평소 해당 버스를 이용하는 30대 여성 직장인은 "거의 매일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전쟁인데 요즘 들어 승객들이 더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출퇴근 시간대라도 증차를 통해 배차간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50대 남성 승객은 "617번 노선을 보면 서민과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내버스인데 코로나 이전으로 복구가 안 됐다"면서 "시청 고위 공무원이나 시·구의원들은 책상에 앉아 대책을 마련한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출퇴근 시간대에 직접 '지옥버스'를 타봐야 문제가 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시 버스정책 관계자는 "시내버스 (15대) 증차 계획이 행정적 절차는 다 마무리됐고 교통위원회서도 통과가 됐는데 문제는 버스 제작업체인 현대자동차에서 출고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현재 첨두(러시아워) 시간대는 버스 배차시간을 2~3분 단축 운행으로 시민의 민원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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