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후 피의자 조선이 구속 송치됐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살인 예고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이 때문에 모방범죄 등을 우려한 시민들이 불안이 확산되면서 신림동의 흉흉한 분위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일 오전 사건이 일어난 서울 신림역 인근은 맑은 날씨 때문인지 평소와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매일 신림동을 방문하는 이들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평일이면 신림동을 방문해 담배꽁초를 치우는 일을 하는 환경미화원 김영민(58) 씨는 "여기가 먹자골목이라 (사건 전에는) 배수구마다 담배꽁초가 수북했는데 요즘은 확실히 담배꽁초도 적어지고 사람들도 뜸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상당히 담배꽁초가 많지 않으냐'는 질문에도 거듭 "그래도 예전만 못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1일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사건 현장 인근. 2023.08.01 mkyo@newspim.com |
주변 상인들은 "그날의 트라우마가 떠오른다"며 손사래 치기 일쑤였고, 건장한 성인 남성도 "신림동에서 살기 두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건 현장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여기가 인접 지역이라서 요즘 그런 것 많이 물어보는데 너무 무섭고 끔찍해서 싫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이 사건 동영상도 보내주고 그러는데 짜증 나고 싫다. 여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피로도가 너무 크다.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민들도 불안감을 표했다. 다부진 체격을 가진 정모(30) 씨는 "대학 졸업하고 이곳에 일자리를 구해서 왔는데 이런 일이 터져서 주민으로서 출퇴근할 때 긴장된다"라며 "일 터진 직후에 고향 친구분들이 카톡이나 전화로 안부를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라 호신용품을 갖고 다니지는 않지만 사건 후 항상 불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달 중 신림동으로 이사를 앞둔 조모(31) 씨 또한 "갑자기 신림역에 사건사고가 많아져 이사하기가 두렵다"며 "신림역이 집값이 좀 싸다는 인식이 있어서 좀 서럽기도 했다. 강남에서 이런 일 있었다면 더 치안을 철저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1일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사건 현장 인근에 경찰차가 배치되어 있다. 2023.08.01 mkyo@newspim.com |
잇따른 '살인 예고' 때문인지 이날 신림동에는 강화된 보안 체계가 눈에 띄었다. 사건 현장 인근은 물론 신림동 곳곳에 112 순찰차가 배치돼 있었고 경찰관 2명이 조를 이뤄 교대로 순찰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계속해서 주변 사람들을 두리번거리며 혹시라도 일어날 상황에 대비하는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앞서 서울 관악경찰서는 주민과 상인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4일부터 신림역 일대 방범 활동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다만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가 구속 송치되고, 경찰의 방범 활동이 강화되더라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살인 예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27일 구속된 작성자 외에 신림동 일대에서 살인을 예고한 게시글이 5건 더 있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한 일벌백계는 물론이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에 대한 법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신림역 사건의 경우 본인도 자백하고 있고 증거도 분명하다면 국민 제도적 차원에서 빠른 시간 안에 처벌을 해서 사법적 제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이게 진짜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게시판에 올리는 글을 이렇게 내팽개쳐놓아도 되는지를 고민해 봐야 할 때"라며 "말로만 정보통신망법에 징역도 줄 수 있게 돼 있다고 하면서 실제 징역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제는 악성 댓글 정도 수준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통신망법 이외에도 해당 발언을 제재하는 법률도 입법해서 처벌이 가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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