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올해 인공지능(AI) 인기에 힘입어 빅테크 주도로 증시 랠리가 펼쳐진 가운데, 2분기 어닝 시즌에도 기업들의 주된 관심사는 AI였다.
다만 업종을 가리지 않고 AI 언급만으로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1분기와 달리 현재 기업들은 AI 성과물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인내심을 주문하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기업별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며 냉철한 판단에 나선 모습이다.
챗GPT와 오픈AI 일러스트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여전히 화제의 중심 'AI'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은 이번 어닝시즌 테크 기업들이 AI를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스닥100 편입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각 기업 대표들은 작년과 달리 역풍이나 인플레이션, 침체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 사용은 자제한 반면 AI 관련 언급은 늘었다.
임원들이 이번 어닝시즌 AI를 언급한 것은 이미 390차례로 1년 전의 92차례보다 많았고, 아직 AI 대표 수혜주인 엔비디아 등이 실적을 공개하기 전임을 감안하면 언급 횟수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구글의 알파벳,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플랫폼, IBM 등 주요 기술 대기업들이 2분기 실적 보고서에 이전 분기보다 더 자주 AI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인텔의 경우 지난 1분기 15회에서 2분기에는 AI 언급이 58회로 늘었고, 알파벳은 52회에서 62회, 마이크로소프트는 35회에서 58회로 급증했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컨퍼런스콜 동안 투자자들에게 AI 파이프라인에 대해 적극 설명하고, 어떻게 투자를 통해 AI 기술을 개발할지 설명하는 데 열중했고,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일례로 알파벳과 메타는 실적 발표 직후 각각 6% 수준의 주가 랠리를 연출했다.
MS스토어의 AI허브 [사진=업체 제공] |
◆ 이제는 '장기 레이스'
연초 AI를 언급하기만 해도 주가가 들썩인 것과 달리 이번 어닝시즌 기업들의 AI 언급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반응은 다소 이성적으로 바뀌었다.
야후 파이낸스는 1분기에는 코카콜라와 같은 비(非)기술기업들마저 컨콜에서 AI를 언급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대형 기술기업들조차 AI 관련 성과물이 나타나기까지 인내심을 당부하는 등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고 전했다.
AI 대표 선두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번 실적 공개 중 투자자들에게 AI 서비스 성장이 "점진적"일 것이라면서, 회계연도 2024년 하반기나 돼야 (AI 개발에 따른) 영향이 눈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상보다 오랜 인내심을 주문하자 MS 주가는 즉각 4% 가까이 주저앉았다.
스스로 혁신 기술 기업이라 자부하는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경우 이번 실적 공개 중 AI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관련 질문이 나오자 챗GPT 스타일의 AI는 우버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야후는 AI를 열심히 내세우고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대표 기업이 바로 스냅이라면서, 챗GPT로 구동되는 AI 챗봇인 '마이AI(MY AI)' 사용자가 1억5000만명이 넘는다고 강조했지만 주가는 14% 넘게 고꾸라졌다고 지적했다.
제프리스 선임 애널리스트 브렌트 틸은 "하룻밤에 AI가 현실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AI 시대가 열리기까지 (AI) 도입 속도는 더디고 꾸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틸은 따라서 AI 관련 결과물은 올해가 아닌 내년에나 보게 될 것이라며 "(AI) 파도는 다가오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열기는 다소 과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