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과학적인 언어이자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외래어와 외국어 그리고 신조어가 무차별 하게 남용되고 있습니다. 방송과 드라마, 영화, 인터넷과 SNS엔 신조어 등이 넘쳐 납니다. 이에 뉴스핌은 미디어에 쓰인 한글 오남용과 함께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하는 이유를 풀어 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장소원 국립국어원 원장은 인격모독형이나 성차별·혐오가 담긴 신조어 사용은 미디어에서 특히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소원 국어원 원장은 최근 진행된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최근 TV를 비롯한 대중매체, 뉴스 보도 등에 신조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상황을 들여다보며 사회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세대간 의사소통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장소원 국립국어원 원장. 2023.08.10 mironj19@newspim.com |
장소원 원장은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신조어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미디어에서는 사회적 부작용을 가져오는 언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원장은 "제가 어렸을적에도 유행어, 속어, 비어도 있었지만 전 국민이 다 쓰진 않았다. 남자들만 쓰는 은어가 있긴 했다"면서 "그 당시에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요즘 애들은 '말을 이상하게 해'라고 했고, 그 젊은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요즘 애들은 말을 이상하게 한다'라고 한다"라고 운을 뗐다.
장 원장은 "기본 전제는 '언어는 변화한다'이다"라며 "과거에는 지금보다 사람이 만날 사회가 작았다. TV 채널 수도 지금보다 훨씩 적고, 문헌 자료도 마찬가지다. 신문도 점잖게 써야하는 분위기였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유행어나 신조어를 만든 사람은 이 상황이 재미있고, 신조어를 쓰지 말라고 해도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어원에선 어떤 입장을 해야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국어 학자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신조어 사용은 사회적 추세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신조어 사용을 언짢게 보며 그냥 가만히 두고 봐선 안된다는 입장도 있지만, 변화는 어쩔 수 없는 문제다"라며 "다만 부작용을 일으키는 표현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장소원 국립국어원 원장. 2023.08.10 mironj19@newspim.com |
장 원장은 젊은 이들이 어떤 뜻인지 모르고 쓰는 신조어와 비속어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혹 젊은 이들이 인격 모독적인 욕설이나 상대방을 비하하는 표현, 성차별적인 표현으로 쓰는 비속어인지도 모르고 막 쓰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표현들이 방송이나 언론에서 나왔을 때 관련 기관에서 징계를 하거나 심의위원회를 열어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거듭했다.
국어원 차원에서도 신조어가 사회적으로 정착되기 전 우리말로 순화시키는 '새말 모임'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중적으로 정착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장 원장은 "언어 순화는 신속성이 생명인데, '새말 모임'은 뒷북 치는 느낌이 있다"고 안타까워 하며 "언론에서 신조어나 영어적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쉽게 풀어주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을 제안한다"라고 했다.
장 원장은 "예를 들어 뉴스에 '베이비 스텝(baby step)'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외신에서 번역해 쓰다보니 '베이비 스텝이 그대로 나오는 경우다. 베이비 스텝'은 전문 용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베이비 스텝' 대신 '소폭 상승'으로 표현하거나 수치 그대로 '0.25%P 상승했다'라고 풀어주면 좋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요즘 뉴스를 몇 % 이해하는지 연구해보면 재밌을 거다. 일주일, 한 달만 지나도 분야별로 새로운 단어가 많이 생긴다"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장소원 국립국어원 원장. 2023.08.10 mironj19@newspim.com |
장 원장은 뉴스 뿐만아니라 오락 프로그램서도 신조어 사용은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물론 '바른말만 써야 한다'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인격 모독적이거나 성차별적, 소수자를 무시하는 표현은 절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재미적 요소가 있어야 하는 오락 프로그램일지라도 인격 모독적인 표현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어린이 프로그램도 요즘은 폭력적인 부분이 많아 다시 한 번 들여다 봐야 할 필요가 있으며, 체육 프로그램에서는 '격파'와 같이 전쟁 용어가 너무 많이 쓰인다. 중계나 해설하는 사람이 감정이 격해지다보니 이상하게 들릴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시조어 사용의 가장 큰 문제로 '세대가 소통 단절'을 꼽았다. 그는 "웬만한 할아버지, 할머니는 유튜브는 요즘 다 본다"며 "유튜브에 등장하는 신조어를 듣곤 '무슨 말인가' 한다. 소통이 잘 안되는 것"이라며 "게다가 '쉰세대'나 '아재개그'와 같은 단어도 세대간 단절을 일으키는 말이다. '저희는 MZ에요'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우려했다. 그러면서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새로 등장하는 용어를 사용하기 전, 국어원에 실시간으로 알려주면 저희가 협조할 부분, 순화할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