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발달장애인들이 참정권 보장을 위해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물과 그림 투표용지를 제공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이원석 부장판사)는 16일 발달장애인 박경인·임종운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법원이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16일 서울중앙지법 삼거리에서 '발달장애인의 공직선거 정보접근권보장 차별구제 청구소송 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3.08.16 jeongwon1026@newspim.com |
선고 직후 원고 대리인 김윤진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모두가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해결방법에 관해서는 사법부는 행정부의 재량사항이라 주장하고, 행정부는 입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입법부는 자신들에게 법적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다수결에 좌우되지 않고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할 권한이 있는 사법부에 달려있다"며 "그러나 오늘 재판부는 사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원고 당사자들의 청구는 본안 판단조차 받지 못했다. 이는 법원에서 장애인 차별구제 청구소송의 기초도, 의의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밖에 할 수 없으며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이다"며 "앞으로도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고 박경인 씨도 "이 사회는 장애인의 투표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점자 정보를,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수어로 정보를 제공해주는데 왜 발달장애인에게는 아무 것도 제공해주지 않는 것이냐"면서 참정권을 보장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앞서 박씨와 임씨는 지난해 1월 발달장애인들이 공직선거에 대한 정보접근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선거공보물 등을 제공하라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발달장애인법 제3조에는 법률적·사실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 및 정책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견해와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고, 제10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중요한 정책정보를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작성해 배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언어이해가 원활하지 못한 발달장애인들은 투표에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국민으로서 동등한 참정권 행사가 제한된다"며 "선거공보 등은 국가가 생산·배포하는 정보로 장애인이 이를 이용할 때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수단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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