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윤희 인턴기자 = "배를 침몰시키려는 승객은 함께 승선하지 못한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본인 생각만 가지고 당 전체를 비하하거나 폄훼하는 경솔한 언행은 본인과 당 조직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발언한 '승선' 발언이 조용했던 여권에 총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사무총장이 말한 '배를 침몰시키려는 승객'이 최근 '수도권 위기론'을 언급하며 당 지도부를 비판한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오는 10월 내년 총선 공천의 기준이 될 당무감사를 앞두고 당내에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철규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05.17 leehs@newspim.com |
이 사무총장은 '승선론' 발언 하루 뒤인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최근 의원들 몇 분이 방송이나 이런 델 나가서 우리 당을 폄훼하고 조롱하고 모욕했다"면서 "그런 발언을 한 데 있어 의원들과 우리 당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의 언로가 열려 있으니까 의원 개개인의 의견을 얼마든지 개진할 수 있고, 밖에 나가서도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사실에 기초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과 당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것은 다른 것"이라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대상이 있냐는 질문엔 "특정인에 대한 게 아니라 누구든 간에 국민들이 듣기에, 또 당원들이 받아들이기에 거북스럽고 불편한 이야기는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이 사무총장은 "당을 모욕하는 걸 그럼 내버려두고 잘했다고 박수쳐야 하냐"면서 다소 격양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다수 의원들이 충분히 알아들었고 어제 얘기할 때 아주 절제되게 당부했다"라며 "그런데 그 부탁을 받아들인 사람 스스로가 (자신이 당사자라는) 그런 생각을 했나 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고 문자 수신 기록에 '내부총질'을 검색해 취재진에게 보여주며 "내가 한 번 이렇게 (검색) 하니까 막 나오는 거 보시라, 전부 다 이런 문자들이다. 당원들 뜻을 전달하는 게 당연히 사무총장이 해야 할 일이고 그걸 가만히 내버려두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leehs@newspim.com |
윤재옥 원내대표도 지난 18일 원내대책회의가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승선론' 발언 관련 당내 반응을 묻는 질문에 입장을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사무총장이 하신 발언은 당의 각 개인이 의견을 외부에 표출할 수는 있지만 당 전체 입장을 고려해서 해주시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고, 언로를 차단하려는 취지가 아니었다"라며 "그래서 당 내에 그 발언 관련 특별한 의원님들의 문제 제기나 다른 이견이 표출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무총장은 전체 당의 입장을 의원님들께 전달하는 직책을 가진 입장이기 때문에 당 안에서 아무 문제가 없고 다른 소란도 없다"면서 "자꾸 문제가 있는 쪽으로 보도되는 것 자체가 지금 현재 당의 분위기하고는 다르다고 말씀드린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지도부의 입장과는 달리 '수도권 위기'를 지적한 의원들의 반박이 이어지면서 '승선론' 관련 당내 여진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지역구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SBS 라디오에서 '수도권 위기론'에 관해 "당에 대한 충정으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당을 폄훼하거나 조롱할 의도는 전혀 추호도 없었다"고 발언했다.
윤 의원은 "누구를 기분 나쁘게 할 마음으로 한 게 아니라 당에 대한 진정성으로 얘기를 한 것"이라며 "당이라는 배가 좌초되거나 어려워지면 당 지도부에 있는 의원이 아니라 수도권에 있는 의원들이 가장 먼저 죽는다"고 말했다.
동시에 "수도권에 있는 당협위원장 의원들한테 물어보면 저하고 심정이 거의 똑같을 것"이라며 "저희 같은 인천지역에서 하루종일 돌아다녀보면 (위기라는 걸) 금방 알 건데 이런 것에 대해 얘기하면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위기가 위기라는, 뭐가 위기인가 본질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게 진짜 위기"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를 수리하는 쓴소리와 배를 침몰시키는 막말, 악담을 구분 못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며 "민주당이 국민에게 외면당한 것도 당내 쓴소리를 전부 틀어막았기 때문"이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2022.07.01 kilroy023@newspim.com |
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은 이미 당내에서 여러 번 지적된 바 있는 사안이다.
앞서 하 의원은 지난 10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지금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못 넘어가지 않냐"면서 "그러면 수도권은 거의 몰살된다. 특히 30%대 중반 이하로 떨어지면 수도권은 굉장히 어렵고 부산 PK까지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9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수도권은) 심각한 위기라고 생각한다"라며 "갤럽을 포함해 여러 여론조사들을 보면 내년에 야당을 뽑겠다는 의견이 여당을 뽑겠다는 의견보다 작게는 10%에서 많게는 20%까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윤상현 의원 역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신당' 논란과 집권당의 현주소"란 이름으로 글을 올리고 "8개월 남짓한 총선에서 수도권 위기론은 현실"이라며 존재감, 책임감 부재를 자당의 문제로 꼽았다.
특히 윤 의원은 해당 글에서 국민의힘에 대해 "대통령과 장관만 보이고 당과 당 대표는 안 보인다", "새만금 잼버리 사태의 책임을 문 정권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실망스럽다" 등 비판을 쏟아내며 "이 같은 집권당의 현주소는 당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승선론' 관련 총선 공천을 앞둔 당내 힘겨루기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연말쯤 구성될 공관위에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이 사무총장이 던진 이번 메시지가 '경고성 공천 압박'이라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승선론은 일종의 예방주사를 놓은 것"이라며 "좋게 이야기하면 전면적인 쇄신 공천, 나쁘게 이야기하면 공천 학살을 예고한 것"이라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달리 표현하자면 '친윤 공천'을 예고한 것"이라 짚으며 "파장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윤 원내대표와 이 사무총장이 어떻게 보면 역할 분담을 해서 치고 빠지는 식의 전략을 쓴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시에 "향후 공천 학살이 느닷없이 닥치면 굉장히 반발이 거셀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마음의 각오들 하고 있어라'라는 걸 미리 예방 주사 차원으로 놓으면 실제 그 상황이 전개됐을 때 반발이 좀 덜할 수 있다"고도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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