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글로벌 담배업체 BAT로스만스가 최근 국내에 선보인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 자료를 배포했다. 뷰즈 라인업 제품인 'ePod' 또는 'ePen3'을 단독 사용할 경우 흡연 질환 관련 독성 물질 노출 지표 및 잠재적 위해성 지표가 감소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BAT로스만스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뷰즈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초 담배를 지속 흡연한 그룹, 금연 그룹, 비흡연자 그룹, 뷰즈 단독 사용 그룹으로 나눠 비교 분석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BAT로스만스는 해당 연구가 베이퍼(액상형 전자담배)를 분석한 연구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고 했다.
회사 측은 해당 연구를 통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주요 독성물질에 대한 노출 생체지표가 흡연자와 비교해 현저히 낮았다고 피력했다. ▲심혈관 질환과 연관된 3가지 잠재적 위해 생체지표((11-dTX B2, COHb 및 sICAM-1)의 유의미한 차이 ▲전신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 관련 잠재적 위해 생체지표(WBC 및 8-epi-PGF2α)의 낮은 수치 ▲폐 건강과 연관된 잠재적 위해 생체지표(FeNO)의 유의미한 차이 등을 연구에서 확인했다는 주장이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3.08.21 romeok@newspim.com |
그런데 배포된 자료에는 전자담배 사용자가 일반 흡연자와 비교해 구체적으로 위해성 지표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두드러지는 차이가 무엇인지는 명시돼있지 않았다. 앞서 열거한 생체 지표와 관련한 정확한 데이터는 포함돼있지 않았으며 '현저하게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했다'는 문장이 전부다.
소비자들이 BAT 측의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회사가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한 위해성 연구를 진행했으며 그 연구 결과 어떤 차이를 확인했다는 회사 측의 주장만 어렴풋이 인식할 뿐이다. '현저하게', 그리고 '유의미한'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비단 BAT뿐 아니라 유독 담배업체들이 발표하는 전자담배 관련 연구에서 이같은 두루뭉술한 표현 일색의 자료들이 적지 않다. 연구 결과임에도 '전자담배가 일반 연초 담배 대비 위해성이 덜하다'는 주장만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는 빠져있거나 이번 사례처럼 그럴듯한 단어와 문장으로만 설명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런 애매모호한 정보가 전자담배에 대한 두려움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것, 불확실한 것, 직접 보지 못한 것, 알 수 없는 것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어떤 사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공포를 느끼고 걱정을 한다.
아직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전자담배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다. 태우는 연초 담배 보다 찌거나 가열하는 전자담배에서 타르 발생이 적다고는 하지만 또 다른 알 수 없는 위해성 요소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점이 연초 흡연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들은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생활화학 제품으로 인한 대규모 사고의 아픔도 공유하고 있다.
담배회사가 배포한 전자담배 위해성 연구 자료가 두루뭉술한 표현으로만 가득 차있다면 전자담배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회사가 제대로 된 정보를 숨기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또 해소되지 않은 의구심은 마음 속에 두려움을 키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전자담배가 더 안전하다'는 회사의 주장이 아닌 전자담배에 대한 정확한 정보다. 공포영화에서 알 수 없는 기척과 갑자기 등장한 귀신에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구체적인 사연을 듣고 나면 공포심이 사라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연구 결과가 담배회사의 의도와 딱 맞는 방향이 아닐지라도 진솔하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야만 전자담배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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