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국내 반도체 관련주에도 관심이 쏠린다. 엔비디아가 양호한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할 경우 글로벌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의 90%를 맡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부각될 것이라고 증권가에서는 전망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300원(0.45%) 오른 6만6600원, SK하이닉스는 800원(0.68%) 하락한 11만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가는 최근 소폭 조정을 겪고 있지만 올해 들어 우상향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시작된 챗GPT발 AI 광풍 속에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한 영향이다.
챗 GPT에 들어가는 AI용 GPU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는 엔비디아는 지난 5월 발표한 실적을 살펴보면, 1분기 매출이 71억9000만달러(약 10조원)로 시장 전망치를 10% 상회했다. 이에 더해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 전망치로 시장 기대를 50% 이상 넘는 110억달러로 제시했다.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실적 발표 바로 다음 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하루 만에 25% 가까이 치솟았다. 올해 들어서는 200% 이상 폭등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현지시간 23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를 최선호 종목으로 꼽고, 최근 목표주가를 500달러로 우상향했다. 지난 17일 종가는 433.435달러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은 AI용 GPU 수요가 급증해 엔비디아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2~3분기 동안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GPU의 핵심 부품인 HBM을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점유율 50%)와 삼성전자(40%)는 세계 HBM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실제 지난 1분기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강세를 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5만5500원에 거래를 시작해, 1분기 내내 6만원 대에서 머물렀지만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연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7월14일 7만3400원까지 올랐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HBM 시장규모 전망 [표=삼성증권] 2023.08.21 yunyun@newspim.com |
HBM 기술력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SK하이닉스의 상승폭은 이보다 더 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7만57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최고가 기준 12만800원(7월28일)을 기록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투자가 늘어나며 고용량, 고성능 HBM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가장 최신 제품인 HBM3는 SK하이닉스만이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2분기 엔비디아의 실적을 통해 AI 산업 성장에 따른 GPU 등 AI 반도체의 수요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엔비디아가 양호한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할 경우 HBM 생산을 맡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올려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평균 9만1364원이며, SK하이닉스는 14만3273원이다.
김철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GPU로 새 시대를 끌고가는 엔비디아가 주가에서도 새 시대를 써 내려 가는 중"이라면서도 "이면에는 GPU를 만들기까지의 후공정 기술이 숨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공정은 지금까지 전공정 대비 중요도가 높지 않다고 받아들여지면서 다소 소외된 경향이 있었지만 투자를 늘리고, 기술 난이도가 상승하는 등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HBM 시장은 용량 기준으로 내년까지 2배 이상, 금액 기준으로는 2028년까지 3배 이상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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