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시리얼업체인 농심켈로그가 즉석밥 출사표를 냈다. 즉석밥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하림에 이어 즉석밥 시장 후발주자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켈로그는 이달 '통귀리밥'을 출시하며 즉석밥 시장에 진출했다. 기존 시리얼 판매에 주력하던 농심켈로그로서는 첫 외도인 셈이다.
농심켈로그의 신제품은 백미 혼합이 아닌 100% 통귀리로 만든 즉석밥이다. 국내 즉석밥 가운데 귀리 100% 제품은 처음이다. 백미 대비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잡은 것이다. 귀리의 질긴 식감을 제거하기 위해 수분 최적화 공법을 적용하고 두 가지 종류의 귀리를 최적의 비율로 배합하는 등 제조공정을 정교하게 설계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사진= 농심켈로그] |
농심켈로그는 농심과 미국 켈로그의 합작사로 켈로그사 지분이 90%, 농심 지분은 10% 수준이다. 이번 제품은 한국에서 연구·개발해 내놓은 제품으로 아직 해외 판매 계획은 없다. 통귀리밥에 대한 국내 시장 반응을 살펴보고 향후 즉석밥 라인업 확대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임동환 농심켈로그 마케팅팀 상무는 "117년간 시리얼 시장에서 쌓아온 곡물 가공 기술력과 영양 설계 역량과 전문적인 노하우를 기반으로 켈로그가 국내 즉석밥 시장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즉석밥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더미식밥'으로 즉석밥 시장에 뛰어든 하림도 성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하림산업의 '더미식 즉석밥'을 포함한 쌀가공 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8억4100만원) 대비 10배 증가한 80억82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만에 10배 가량의 매출 신장을 나타낸 것이다.
즉석밥 시장에서 하림의 점유율은 3~5%수준으로 추정된다. 전체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비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성과를 낸 것은 즉석밥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즉석밥 시장은 CJ제일제당의 '햇반'이 60%를 넘고, 오뚜기의 '오뚜기밥'이 25~3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하림의 선방에는 즉석밥 시장 1위인 CJ제일제당이 쿠팡과 갈등을 빚으면서 쿠팡 내 타 브랜드 즉석밥이 약진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에 따르면 올해 1∼5월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소·중견기업 즉석밥 제품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고 10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림의 경우 지난 6월 쿠팡에서 즉석밥 3종 세트를 100원에 판매하는 등 파격가 프로모션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즉석밥 시장 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간편식 선호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농심켈로그, 하림 등 후발주자들이 의미있는 성과를 계속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앞서 농심은 2002년 즉석밥 시장에 진출해 14년간 사업을 이어왔지만 지난 2016년 사업을 최종 철수한 바 있다.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경쟁력 등에서 뚜렷하게 자리매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림의 더미식밥의 경우 출시 시점에는 '프리미엄' 요소를 강조했지만 이후 파격할인에 나서는 등 최저가 공세에 나서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포기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즉석밥은 매년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라며 "다만 맛, 가격, 브랜드이미지 등에서 특별한 경쟁력이 없다면 후발업체가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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