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 비자 발급을 6년 5개월 만에 재개했다. 비자 발급 중단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면세·화장품 업계는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귀환에 맞춰 분주한 모습이다. 돌아온 유커가 업계에 미칠 영향을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30일 화장품 매장이 모여있는 롯데면세점 명동점 12층. 붉은색 여권을 든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향한 건 국내 브랜드 매장이 아닌 글로벌 화장품 매장이었다.
로레알코리아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입생로랑 계산대에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는 반면, 옆옆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매장엔 손님이 없었다.
30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 입생로랑 매장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반면 옆옆 매장인 설화수는 찾는 손님이 없다.[사진=노연경 기자] |
중국인 단체관광객인 '유커'가 돌아온다는 소식에도 국내 화장품 업계가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선호 현상에 더해 중국의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인 '궈차오 트렌드'로 인해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중국 내 인기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2015년)와 LG생활건강의 후(2018년)는 국내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각각 매출 1조원, 2조원을 돌파했지만 이 기록도 벌써 각각 8년 전, 5년 전 얘기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주요 상권이나 중국 내 경제 상황 변화 등보다도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건 궈차오 트렌드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다"라고 말했다.
'궈차오'는 중국을 뜻하는 '궈(國)'와 유행을 뜻하는 '차오(潮)'의 합성어다. 중국의 성장을 보며 자란 지우링허우(1990년 출생)와 링링허우(2000년 출생) 등 Z세대가 궈차오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주력 시장인 중국의 화장품 소비 흐름이 변하는 동안 국내 화장품 브랜드도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설화수는 작년 9월 대표 모델과 로고를 바꾸며 브랜드를 리브랜딩했다.
영문 로고를 내세운 설화수 윤조에센스 6세대.[사진=아모레퍼시픽] |
배우 송혜교 대신 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를 모델로 내세웠고, 한자 로고는 제품 옆면으로 빼고 전면에는 영문 로고를 사용했다.
후는 설화수처럼 대대적인 리브랜딩은 하진 않았지만, 지난 6월 출시한 신규 라인인 '로얄 레지나' 한해 배우 안소희를 모델로 썼고 한자 대신 영문 로고를 사용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실적 악화를 거듭한 국내 화장품 업계의 재도약 여부는 유커의 본격적인 입국을 기점으로 평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실적 악화의 이유로 면세점 채널의 판매 부진 등을 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분기 전년 동기(9457억원)와 비슷한 94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95억원에 달했던 영업적자는 5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했다.
다만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1조3931억원)과 영업이익(878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인다.
LG생활건강도 마찬가지로 지난 2분기 기록한 매출(7805억원)과 영업이익(700억원)이 2019년 2분기 매출(1조1089억원)과 영업이익(2258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