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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미국 하와이주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된 마우이섬 산불 피해에 따른 재건 비용이 55억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현지 최대 전력회사 하와이안 일렉트릭 인더스트리(종목명: HE)의 주가가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장 초반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우며 198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25일 하와이안 일렉트릭 주가는 전장 대비 18.55% 떨어진 9.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엔 23.60% 내린 주당 9.06달러로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지난 17일 기록한 10.05달러 저점에서 더 떨어지면서 10달러선이 무너졌다. 시가총액은 13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2월 2일 주당 43.71달러까지 올라 52주 최고치를 찍었던 주가는 이달 8일 시작된 마우이섬의 산불 피해가 커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14일 장중 사상 최대 낙폭인 42.28% 떨어진 후로 33.7% 하락 마감했고, 이어 15일에도 31.8% 떨어졌다. 25일 종가를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하와이안 일렉트릭의 주가는 75.15% 빠졌다.
하와이안 일렉트릭 주가 1994년 이후 최저 [자료=블룸버그] |
100여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치명적인 산불이 마우이 해변마을 라하이나를 휩쓸고 지나간 지 2주가 넘었고, 화재 책임론이 불거진 하와이안 일렉트릭의 주식이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이날 투자자들이 또 다시 주식을 내던진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하와이 마우이섬 당국은 하와이안 일렉트릭의 손상된 전력선이 라하이나 마을을 파괴하고 최소 1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산불을 일으켰다며 회사를 고소했다. 회사는 이미 마우이섬 거주민들의 집단소송을 포함해 여러 건의 법적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둘째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3분기부터 배당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기업용 마이너스 통장이라 할 수 있는 리볼빙 한도 대출에서 한도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돈을 뺐다는 소식도 자금 압박 우려를 키웠다.
셋째 이미 지난 15일 투기등급인 BB-로 하와이안 일렉트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24일 다시 B-로 추가 강등했다. 마우이 산불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을 고려해 피치와 무디스가 평가한 신용등급도 '정크'다.
산불로 폐허가 된 하와이 마후이 [사진=블룸버그] |
1981년 설립돼 하와이 호놀룰루에 본사를 두고 '마우이 일렉트릭' 유틸리티를 운영하는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하와이 주민의 약 95%에 전력을 공급하는 현지 최대 유틸리티 기업이다. 8일 산불이 난 이후에도 30달러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14일부터 휘청이더니 이날은 10달러를 넘기기도 힘겨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의 공식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24일 마우이 당국은 "이번 화재로 인한 마우이 카운티의 공공 재산과 자원의 민사적 손해에 대해 하와이안 일렉트릭 등 법인을 상대로 하와이주 제2순회 법원에 손해배당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마우이 카운티는 허리케인 '도라'가 몰고 올 강풍으로 마우이섬과 하와이 전역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미 기상청이 경고했지만, 하와이안 일렉트릭이 이를 무시하고 마우이섬의 전력 공급을 중단하지 않아 강풍에 손상된 전력선에서 화재가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강풍에 끊긴 전선에 마른 풀과 나뭇가지가 닿아 산불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풍 발생 지역에서는 임의로 전력을 차단하는 '공공 전력 차단 계획(PPSP)'을 시행한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여러 주는 2017년과 2018년 미국에서 송전선 손상과 전력망 고장으로 인해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화재가 발생한 후에 선제적으로 전기를 끊는 PPSP를 점점 더 많이 채택하고 있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전기 장비의 전원을 차단하는 것이 화재를 막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걸 알면서도 회사가 PPSP 관행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회사는 불확실한 결과를 염려해 이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런 파이 대변인은 "라하이나에서는 전기가 소방용 급수 펌프에 동력을 공급하는 만큼 전력을 차단하면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에 필요한 물을 끌어오는 데 필요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 구조대와의 조율이 필요한 일이고, 특수 의료 장비를 사용하는 환자들에게도 알려야 하는 만큼 선제적인 전력 차단을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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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yun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