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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동 걸리나…法 반대로 논쟁 점화

기사등록 : 2023-09-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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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위헌 논란 있어 폐지 추세"
"범죄자 교화보다 시민 보호 초점"
"교화 가능성 원천봉쇄 문제"
법무부의 설익은 대책 비판도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대법원이 법무부가 추진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찬반 논쟁에 불이 붙었다. 범죄 예방과 교화 효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무부의 즉각적인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원인이 제각각인 범죄에 단순히 형량만 높이는 식의 처방을 내놓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발의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추진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한 기존 논의는 위헌 논란이 많은 사형제를 폐지하고 그 대체 수단으로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사형제도를 존치한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에 비해 기본권 침해가 덜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고 선진국에서는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폐지하는 추세"라며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교도행정에 큰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최근 신림역 흉기난동을 시작으로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이를 해결할 대책으로 형법 개정을 통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면서 이를 대체할 형벌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제시돼 왔다.

법원행정처의 의견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장과 배치된다. 한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지금 추진하는 가석방 불가능한 무기형은 사형제의 존치 여부와 무관하게 병존하자는 취지"라며 사형제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양립 가능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와 전문가들의 의견 또한 엇갈린다. 헌법학 전문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제를 폐지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면 오히려 공백이 생긴다"며 "무기징역보다 강화된 형벌이 필요한 상황에 사형제 폐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법원행정처 주장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범죄 예방과 교화 효과가 없다는 주장에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범죄자 교화보다는 시민의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며 "엉뚱한 사람의 생명이 희생되는 일을 막으려면 범죄자가 아닌 선량한 시민의 인권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송=뉴스핌] 이민 기자 =청송교도소 전경. 2020.12.26 lm8008@newspim.com

반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교화를 원천봉쇄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정 당국의 수형자 관리에도 한계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책임주의 비례성 원칙에 따라 죄질에 부합한 형벌이 부과돼야 한다"며 "범죄자에게 교화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런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인 형사 정책을 취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20년 이상 복역한 무기징역수의 가석방 심사 요건을 엄격하게 둔다면 현행법을 유지한 채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운영하는 셈이 된다"며 "원활한 수형자 관리를 위해서라도 교화가 가능한 수형자를 대상으로 가석방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은 법무부가 성범죄 대책으로 내놓은 제시카법에 이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두고서도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범죄에 특성에 맞는 진단을 내리고 대책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발생한 신림역과 분당 흉기난동, 신림동 둘레길 강간살인 사건 등은 우연한 시기에 사건이 겹쳤을 뿐 각각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일괄적인 흉악범죄로 규정하고 형량을 높이는 식의 처방을 내리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 

s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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