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가 남산공원 일제통감관저터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옥상의 조형물 2점,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을 5일 오전 철거 완료했다. 이로써 '기억의 터' 내에 있던 임옥상의 작품은 모두 철거됐다.
남산 '기억의 터'에서 철거되는 임옥상의 '대지의 눈' 조형물. [사진=서울시]2023.09.05 kh99@newspim.com |
서울시는 전쟁 성범죄 피해로 평생을 고통받아온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공간에 성추행 유죄 판결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존치하는 것은 위안부를 모욕하는 일이며 국민 정서에도 반하는 일인 만큼 철거가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임옥상은 강제추행 혐의로 지난달 17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시에 따르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임옥상의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의기억연대 등의 주장대로 작가 이름만 삭제하고 전체 조형물을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은 23.8%였다.
시 관계자는 "시민 여론조사 결과와 '기억의 터'가 시민 모금 등을 거쳐 조성된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기억의 터'는 유지하고 '기억의 터' 내에 있는 임옥상의 조형물만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조형물이 철거된 자리는 조성 당시 관계자·전문가의 제안을 받아 공공미술위원회의 자문 등을 거쳐 새로운 콘텐츠로 채우는 등 방안을 마련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오세훈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민단체는 죽었습니다'란 글을 통해 정의연 등 시민단체의 행위를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성추행을 인정한 작가의 작품 철거를 막아섰습니다"라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시민 단체가 같은 사안을 두고도 '우리편'이 하면 허물을 감싸주고 '상대편'이 하면 무자비한 비판의 날을 들이댑니다"라며 "원래 사회 정의를 세우자고 시작한 일이었을 텐데 설립 목적에서 한참 벗어났습니다. 오랜 세월 진영논리에 젖어 사고하다 보니, 무엇이 상식인지도 모르는 듯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이제 시민운동은 우리편들기 운동이 되었습니다. 비정상화된 노조에서 벗어나고자 올바른 노조 운동이 싹텄듯 진영논리가 아닌 상식과 시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민운동이 필요합니다"라며 "철거 작업이 마무리된 후 위안부 피해자들을 제대로 기릴 수 있도록 조형물을 재조성하겠습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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