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다면 양국 군사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진전시키는 중요한 합의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제기됐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김 위원장이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 양국 군사협력에 대한 중대한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조선중앙통신] 2023.09.06 |
그는 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화상통화에서 "김정은이 군사협력에 대한 큰 합의를 기대하지 않고 푸틴을 만나러 가진 않을 것"이라며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은 러시아와 북한이 무기와 군사기술 교환, 연합훈련 등 군사 협력을 크게 늘리기로 합의한 단계에 이른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도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 협상을 정상급에서 계속 논의하길 기대한다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기 위해 북한의 포탄과 로켓을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무기 생산 속도가 소진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는 북한산을 구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북한은 위성 기술과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얻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러시아가 이를 쉽게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위성 기술과 핵추진잠수함 기술은 일급 비밀로 간주된다"며 "북한에 이를 기꺼이 제공할 정도로 북한의 포탄에 대한 러시아의 절박함이 큰지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핵 안보와 수출통제 분야 전문가인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 대니얼 샐리스버리 연구원도 김정은의 방러는 양국의 군사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드론이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이 북한을 훨씬 앞서지만 비축분이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샐리스버리 연구원은 "러시아가 현재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재고를 채우고 다른 비상사태에 필요한 미사일을 유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북한 (미사일) 기술의 혜택을 보는 것은 이례적이며 양국 위치가 뒤바뀐 것이지만, 질적 요구보다는 양적 요구를 채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민감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통째로 이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부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샐리스버리 연구원은 ICBM 기술이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완전한 ICBM이나 그와 유사한 것의 이전을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아마도 노력의 특정 측면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제공할 기술 유형을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국장은 북한은 러시아를 이용해 제재 회피를 하는 데 큰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루지에로 선임국장은 "북한은 러시아 정부가 미사일이나 핵확산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주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를 확실히 이용할 수 있다"면서 "북한은 자체 프로그램과 엘리트와 군부에 필요한 식량과 기타 물질을 러시아로부터 확보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특히 러시아 국방장관이 7월 27일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북한에서 열병식을 관람하고 무기 전시회를 참관한 것은 제재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라고 역설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국제 무대에서 고립된 북러 정상이 서로 물질적 필요를 넘어 정치적, 전략적 필요를 충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러시아가 주장했던 우크라이나 내 분리독립 지역을 북한이 조기에 인정한 것, 그리고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러시아가 계속 지지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지지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 등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북한에 추가적인 안도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 "중국, 과거와 달리 북러 군사협력 환영할 것"
북러 정상회담 등 심화되는 양국 협력을 중국이 과거와 달리 환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과거에는 중국이 이런 종류의 접촉을 경계하고 관계의 발전에 대해 우려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캠프 데이비드에서 미한일 3자 정상회담과 동북아에서 미한일 간 긴밀한 관계의 여파로 중국은 이제 힘의 균형을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러 정상회담을 중국이 "실제로 지지하고 환영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북중러 연합훈련이 성사된다면 "중국이 동북아에서 이웃 국가들과 새로운 종류의 관계를 맺어 미국의 힘에 대응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이 중국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상당한 양의 무역에 나서야 할 것이지만, 북러 관계 심화를 중국도 주목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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