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중국의 통신업체 화웨이가 지난달 말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Mate60Pro)에 중국에서 생산된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백악관이 검증에 나선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對)중 첨단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을 받자, 그는 "특정 반도체에 대해서는 그 특성이나 구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때까지 코멘트를 보류하겠다"며 "최종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전에 더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백악관이 나서서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에 탑재된 5G 칩의 제원과 구성을 분석하겠다는 의미라고 6일 CNN은 해석했다.
화웨이 '메이트60프로'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
화웨이는 칩 제조회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캐나다의 반도체 전문 분석업체 테크인사이츠가 최근 기기를 뜯어 분석해 보니 SMIC(중신궈지, 中芯國際)가 위탁생산한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중국 최초의 5G 통신 지원의 치린(麒麟, Kirin) 9000s 칩으로 드러났다.
SMIC의 7나노미터 칩은 애플이 현재 아이폰14 제품군에 사용하는 4나노, 오는 12일에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 15 모델에 탑재된 것으로 알려진 대만 TSMC 제조의 3나노 공정 칩보다 성능이 많이 뒤떨어지지만, 미국이 지난 2019년부터 점진적으로 강화해 온 수출 통제에도 신형 칩을 양산해 낸 것이어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19년부터 화웨이를 반도체, 소프트웨어, 장비 등 자국 업체의 기술 수출을 차단하는 블랙리스트인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다. 지난해 10월에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미국은 반도체 강국들에 대중 금수조치 합류를 압박하면서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도 미국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미세 공정 반도체칩 생산에는 고도의 제조장비 없이 효율적인 생산이 불가하다. 이에 SMIC가 어떻게 7나노 공정의 칩을 생산해냈을지가 의문이다.
투자은행(IB) 제프리스 등은 SMIC가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이전 세대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개조해 제조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ASML은 대중 EUV 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DUV 장비는 수출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EUV 보다 공정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 원가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 의회에서는 대중 수출 통제에 허점이 있는지, 제재 유효성에 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테크인사이츠의 댄 허치슨 부회장은 SMIC가 TSMC의 시장 선두에 도전장을 내밀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미국의 EUV 노광장비 수출 규제에도 이룩한 성과는 "기술적인 진보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