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쿠팡이 주주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했다. 기업공개(IPO) 신고서에 작성한 내용과 달리 노동·안전 문제가 불거져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와 달리 미국에서는 주가 하락을 이유로 기업들이 집단소송의 표적이 된다. 미국에선 기업공개(IPO) 직후 1년 안에 주가 하락을 이유로 소송을 당한 기업이 최근 3년간 8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쿠팡도 미국 상장으로 창업자의 대기업 동일인 지정 등 국내 규제는 피했지만, 미국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은 피하지 못하게 됐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사진=뉴스핌 DB] |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모회사이자 미국 상장 법인인 쿠팡Inc는 주가폭락을 이유로 미국 주주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했다. 집단소송은 원고가 기업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자 전체를 대표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집단소송에서 주주들은 쿠팡Inc가 상장 신고서에서 배송기사인 쿠팡맨의 고용안정과 복리후생을 강조한 것과 달리 과로사 사고가 발생했고, 물류센터 화재 등 안전 조치에 소홀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관점에서 쿠팡의 미흡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에서 머물던 ESG 경영은 최근 주요 자산운용사의 투자 기준이 되면서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쿠팡은 지난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흑자를 냈지만, 주가는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2021년 3월 11일 상장 당일 장중 69달러를 기록한 것을 끝으로 내리막치기 시작해 최근 반년 동안에는 1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 상장한지 얼마되지 않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무분별한 집단소송의 결론이 대부분 재판도 못가고 각하(dismiss)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쿠팡이 당한 집단소송도 실제 재판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보험 컨설팅사 우드러프 소이어(Woodruff Sawyer)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간 미국 증시에 상장 직후 1년 안에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로 집단 증권 소송을 당한 신규 상장사는 83개사에 달했다. 매해 전체 집단 증권 소송 가운데 신규 상장사가 소송 당하는 비중은 2020년 14%에서 지난해 21%로 올랐다.
우드러프 소이어는 "신규 상장사는 집단소송의 핵심 타깃으로,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진 기업들이 통상 1년 안에 겪는 문제"라며 "테크주는 다른 업종보다 변동성이 있어 자연스럽게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집단소송이 재판에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스탠퍼드대 분석에 따르면 199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미국 상장기업들에 대한 집단 증권소송은 6428건이었고 재판에도 이르지 못하고 각하된 경우는 절반 이상(53%)이었다.
집단소송을 제기하려는 투자자들은 법원에서 허가를 받아야 재판에 이를 수 있는데, 법원으로부터 허가조차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2021년 7월 상장한 전자상거래 리스크관리 플랫폼 '리스키파이드'(Riskified)에 대해 투자자들이 "기업공시 서류에 클라이언트 리스크 관리에 관한 내용이 부실했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을 제기했지만, 미국 연방 법원은 지난 6월 "IPO 공시 내용이 탄탄했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 관계자는 "주가 하락을 기업의 책임으로만 몰기엔 물가상승이나 경기둔화 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에 대외 변수를 외면한 채 기업의 경영 부실만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는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