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KB금융그룹이 9년간의 '윤종규 회장 시대'를 뒤로 하고 양종희號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거쳐 다각적인 검증을 마친 내부 인사라는 점에서 향후 행보를 향한 기대감이 크다.
리딩금융그룹 수성을 위한 차별화된 경영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금융권 화두인 내부통제 강화 방안과 현 정부와의 상생금융 협력 등이 새로운 KB금융그룹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8일 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윤종규 현 회장의 용퇴 선언 이후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 중 한명으로 주목받아 온 양 부회장은 자격검증 이후 오는 12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을 거쳐 11월 20일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양종희號 KB금융그룹의 당면과제로는 리딩금융그룹 '수성'이 가장 먼저 꼽힌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2조99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전년동기 대비 12.2% 증가한 역대 최대 성과다.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 중심의 견조한 핵심이익 성장과 전사적 비용관리 노력의 결실이라는 설명이다. 2.1% 줄어든 2조6262억원을 기록한 2위 신한금융그룹과의 격차는 3000억원 이상이다.
가장 큰 성장동력은 국민은행이다. 전체 상반기 순이익 중 62%에 해당하는 1조8585억원을 기록했다. 윤종규 회장이 인수합병으로 견실한 도대를 만든 KB손해보험과 KB증권, KB라이프생명 등도 견실한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양 부회장이 윤 회장의 사실상 후계자 역할을 하며 함께 그룹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리딩금융그룹 수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상당수다. 다만 양 부회장이 2016년부터 KB손해보험 대표를 5년간 맡으며 핵심 계열사 반열에 올려놓는 성과는 거뒀지만 그룹의 핵심인 국민은행을 총괄한 경험이 없다는 아쉬움으로 꼽힌다.
KB금융그룹 전경. (사진=KB금융그룹) |
금융권의 화두인 내부통제 강화를 어떤식으로 이끌어갈지도 관심사다.
특히 지난달 23일 금감원이 직원들이 상장사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국민은행 본점을 압수수색 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만큼 재발방지를 위한 향후 대응이 이목이 쏠린다.
국민은행은 올해 들어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실제 보유 현금과 장부상 금액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시재검사'에 타영업점 직원이 파견되는 '교차점검'을 도입했다. 또한 본부부서와 영업점 일부 고위험업무에 대한 점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준법지원부 소속 직원에 의한 점검 절차도 신설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에서 잇단 횡령사건이 발생하고 있고 금융당국도 유사한 사고가 적발될 경우 경영진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하고 있어 회장 취임 후 그룹 차원의 추가적인 대책을 시행할지 시선이 집중된다.
현 정부의 '상생금융'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관건이다.
올해 초 윤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며 과도한 성과급을 지적하고 취약계층 금융지원확대를 골자로 한 상생금융 확대를 직접 강조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리딩금융그룹의 태도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결국 될 사람 중 한명이 됐다는 게 주된 업계 반응"이라며 "윤 회장이 만든 토대를 발판으로 얼마나 차별화된 경영철학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양 부회장은 "기회를 주신 회추위에 감사드리고 아직은 후보자 신분이지만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KB금융그룹이 시장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금융산업의 스탠다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