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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강화에 전자발찌까지 하는데"...스토킹 처벌법 실효성 논란

기사등록 : 2023-09-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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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년...국회·경찰 처벌 강화 추진
스토킹 신고 건수 3만건 가까워...올해 8월까지 검거 피의자 7545명
접근금지명령에도 범죄...전자발찌 부착 범위 확대
인력·예산 증대 필요성 제기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스토킹 범죄는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직후 국회와 경찰은 처벌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말까지 112에 신고처리된 스토킹 범죄 건수는 2만1815건으로 지난해 총 신고건수인 2만9565건에 육박하고 있다.

스토킹 112신고처리 건수는 최근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과 2020년 각각 5466건, 4513건이 접수됐으나 2021년 1만4509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스토킹범죄로 검거된 피의자는 7545명이었다. 이들 중 4942명이 검찰에 송치됐으며 246명이 구속됐다. 지난해에는 총 9999명이 검거됐고 6463명이 검찰 송치, 331명이 구속됐다.

스토킹 범죄가 매년 늘어나는데다 지난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일어난 이후 국민적 공노가 커지며 처벌 강화 움직임이 나타났다.

국회는 지난 6월 스토킹범죄 처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 규정을 폐지하고 법원이 판결 전에 스토킹 가해자에게 전자발찌 부착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포함됐다. 전자발찌 부착 관련 조항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이외 대부분 조항들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검찰과의 협의를 통해 스토킹 범죄 관련 검경협의체를 구성하고 스토킹 신고부터 잠정조치, 구속영장 신청 등 처리 단계를 단축하는 방침을 세우기로 했다. 또 긴급응급조치와 가해자에게 최대 구금까지 가능한 잠정조치 4호 인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8일 오전 여성 역무원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중구 지하철 신당역 2호선 10번출구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추모글귀들이 붙어있다. 2022.09.18 pangbin@newspim.com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가해자에게 취해지는 조치들이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다 담당 인력 등이 부족해 실제적인 범죄 근절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스토킹 범죄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필요한 만큼 경찰 직권으로 내릴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와 법원이 내리는 '잠정조치'등이 피해자 보호 조치로 내려질 수 있다.

긴급응급조치는 주거지 100m 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이 포함된다. 잠정조치는 법원이 경찰의 신청을 받아들여서 내려지며 서면경고,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에 더해 유치장 또는 구치소 구금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더라도 경찰 등이 가해자가 명령을 준수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가해자들이 명령을 받고도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30대 남성이 옛 연인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 남성은 스토킹 범죄로 법원의 잠정조치 명령을 받았음에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에게는 신고를 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지급됐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내년 1월부터 법원의 최종판결 전에도 스토킹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게 돼 가해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접근금지명령 등이 내려져도 가해자를 감시할 수 없다보니 효과가 없었다"며 "전자장치는 가해자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고 명령을 어기면 바로 경찰에게 통보가 되므로 범죄 근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토킹 범죄 신고와 검거 건수도 늘어나고 있는데다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는 사건도 벌어지는 만큼 스토킹 범죄 관련 인력 충원과 지원 예산이 필요하다는게 현장의 반응이다. 하지만 실제 인력 충원이나 예산 지원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를 포함해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운영과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피해자전담경찰관 수는 전국에서 328명에 불과하다. 1인당 평균 89건의 사건을 맡는 셈이다. 지역별 편차도 크게 나타나서 특히 서울경찰청은 1인당 135건, 부산경찰청은 132건을 담당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 처벌법 개정 후 현장과 지역경찰에서는 스토킹 범죄 관련 업무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인력 충원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법원의 잠정조치 명령이 내려져야 전자발찌 부착이 가능한만큼 법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 범죄 근절은 경찰만 역할을 한다고 해서 이뤄지기는 어렵고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법원이 적극적으로 스토킹범죄에 대한 공권력의 집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rawj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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