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간 패권전쟁 속 한국 기업들이 샌드위치 신세에 처해있다. 중국이 화웨이 최신폰에 자체기술로 7나노급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며 미국은 중국 반도체 기술 육성에 보다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싸고 급격한 변화와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 우리나라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이어나가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지난 19일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남=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 겸 KETI 부원장이 19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과 인터뷰를 가졌다. 2023.09.19 leemario@newspim.com |
-최근 중국 화웨이폰에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가 자체기술로 개발한 7나노급 반도체칩이 들어가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 속 중국은 어떻게 최신 반도체칩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몇 년 전 TSMC가 14나노 공정을 가지고 7나노 공정을 구현한 적이 있다. 현재 중국이 가지고 있는 장비로는 14나노밖에 안되는데, DUV(심자외선) 장비를 통해 7나노 공정을 구현할 순 있지만 EUV(극자외선) 장비를 이용했을 때 보다 작업을 2~3번 더 해야 돼 단가가 나올 수 없다. 화웨이폰에 들어간 7나노 반도체는 이 방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기술 구현은 대단하지만, 그것이 양산성과 채산성이 나오고 대량생산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화웨이폰에 최신 반도체칩이 들어간 것을 계기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흐름으로 이어질까.
▲미국이 중국에 대해 반도체를 제재하곤 있지만, 제재를 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화웨이폰이 퀄컴칩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에 대한 제재는 안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어느 정도 선에서 제재를 하고 있고, 여기서 더 나가면 미국 기업이 힘들어지는 만큼 규제를 더 강화하는 흐름은 아닐 것으로 본다. 이미 미국 기업 중 테슬라 등과 같은 공장들이 상당 부분 나가있는 상황에 어느 정도 선에서 미국과 중국이 조율을 할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면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인데 어떤 피해를 예상할 수 있을까.
▲중국에는 시안에 삼성 공장, 대련과 우시에 하이닉스 공장이 있다. 만약 반도체 장비 공급이 안 되면 그 공장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이닉스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가 전체의 40% 이상이라 중국 공장 가동이 중요한데, 물량 커버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대련 공장일 수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D램 기술력을 추격할 가능성은 없나.
▲이번에 SMIC가 개발한 7나노칩은 정상 공정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D램 기술 추격 역시도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본다. D램은 단순히 장비만 까는 것이 아니라 설치, 운영의 장기적 노하우도 필요하다. 어떻게 최적화로 설계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한국은 메모리 쪽을 골고루 가지고 있어, 중국 기업들이 바로 따라오긴 힘들 것이다.
[성남=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 겸 KETI 부원장이 19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과 인터뷰를 가졌다. 2023.09.20 leemario@newspim.com |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2위, 4위를 차지하고 있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합병 이야기가 들린다. 만약 합병이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나.
▲메모리 반도체 쪽은 규모의 경쟁이 중요한데 카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쳐지고, 여기에 마이크론이 이것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내줄 우려가 있다. 이 경우 미국 기업이 메모리반도체 헤게모니를 가져가 시장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반도체는 전략자산이고 이해 당사국의 협의가 필요한 만큼 양사의 합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이 방향성은 어떻게 보는가.
▲삼성은 파운드리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TSMC가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데, TSMC는 파운드리를 통해 잘 개발된 것은 대량생산으로 가고, 반도체의 핵심 자산인 IP(설계자산)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만약 삼성이 국내 기업들 것을 받아 파운드리 사업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공장에서 서비스를 잘 해주느냐에 따라 시장에 대한 접근 방법과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경쟁력을 갖춘다면 더 빠른 시간 내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도체 기업들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최근 삼성은 채용전형에 외국인 전형을 신설하기도 했다. 반도체 인력난을 해소할 실효성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국내에 반도체 특성화 대학이 시작된 지 1~2년이 됐다. 이 인력들이 공부하고 제대로 나오려면 1~2년 뒤 쯤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국내 반도체 인력을 고급인력 중심으로 키우고 있다. 사실 라인이나 반도체 후공정 쪽은 고급인력 이외에도 테크니션(하급 기술자)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인력들을 해외에서 수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정부는 지속적으로 반도체 R&D(연구개발) 지원이나 인력 양성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과거 2014~2016년 사이 반도체 예산이 깎인 적이 있는데, 이후 2~3년 후 대학원생 육성이 안 되면서 우수한 인력들이 다 빠져나갔다. 반도체는 미래산업으로 장기적인 흐름으로 꾸준히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껴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 이 같은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어떤 방안이 있을까.
▲7나노, 3나노, 2나도와 같은 첨단공정과 관련된 핵심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한 후 해외로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그런 전략을 펴는 것 같다. 정부에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는데, 이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 국내에 첨단 공정과 파운드리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갖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좋은 방향이다. TSMC로 넘어가는 파운드리 물량을 거꾸로 가져오려면, 첨단공정을 내제화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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