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2021년 이후 점진적으로 올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금리에도 집값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분양가 급등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 공사비 인상분이 반영된 데 따른 여파로 보인다. 다만 단기에 해소될 가능성은 낮다. 집값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인 금리 역시 급등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분양가발(發) 집값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향후 주택시장은 투자수요 보다는 실수요 중심이 될 것으로 진단된다. 전문가들은 강남3구와 용산구 등 고가 지역의 경우 어느 정도 가격 회복이 이뤄졌지만 서울 외곽지역이나 경기·인천의 경우 아직 저점을 찍었다고 보기 어려운 지역들에서 매물들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1㎡당 평균 분양가는 963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6%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핌DB] |
◆ 고금리에도 집값 상승세…수도권 '국평' 10억 넘어서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사비와 자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인상이 지속되면서 투자 수요보다 실수요가 청약시장에 몰릴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가 예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집값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특히 분양가 급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1.25%에서 같은 해 11월 3.25%까지 꾸준히 인상되면서 집값 하락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올해 1월 3.50%로 고점을 찍은 이후 5개월 연속 동결돼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금리 이슈는 이미 '상수'로 보고 있어 집값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 1㎡당 평균 분양가는 963만5000원으로 3.3㎡당으로는 3179만55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1㎡당 827만3000원) 대비 16.46% 상승한 금액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를 보면 지난해보다 분양가가 높아졌다. 지난 7월 분양한 '용산 호반써밋 에이디션' 전용 84㎡는 16억339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운데 가장 가격이 높았던 '마포 더 클래시'는 14억3100만원이었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2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서울이 아닌 수도권 같은 지역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들 역시 분양가가 지난해보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광명에서 올해 분양한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 전용 84㎡는 12억7200만원이다. 지난해 분양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전용 84㎡ 최고가는 10억4900만원이었다.
올해 분양한 의왕시 '인덕원 퍼스비엘' 전용 74㎡는 9억230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분양한 '인덕원 자이SK뷰' 전용 84㎡는 8억8400만원이었다.
◆ 분양가는 오른다...실수요 움직일 필요
최근 청약 시장의 고분양가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 공사비 인상분이 분양가에 반영된 데 따른 여파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단기에 해소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집값 하락 요인 중 하나인 금리 인상 역시 가능성이 크지 않아 분양가발(發) 집값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이 지체되는 부분 역시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동안 50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공공분양 대다수를 공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사태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LH의 올해 상반기 주택 착공 실적은 '0'이다. 지난해엔 2587가구가 공급됐다. 공공분양 주택 50만 가구 공급을 달성하려면 매년 10만 가구가 공급돼야 하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견고한 고분양가는 기존주택의 하방경직을 높이고 있다. 소위 말하는 집값 바닥론의 주요 원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신축 분양가가 오른다고 기존 주택 가격이 무조건 오른다고 볼 순 없다"면서 "다만 신축 분양가가 오르게 되면 기존 주택 가격이 못 떨어지게 막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IMF 외환위기 극복 이후 2000년대 초중반 집값 급등도 바로 분양가에서 시작됐다.
더욱이 기존 주택 가격이 올라가면서 분양가 오름세가 더 커진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난해 고분양가 논란이 처음 나왔을 땐 거래가 안 되고 미분양이 났는데 (지금은) 주택가격이 상승하다 보니 분양가격은 더 높아지고 계약도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분양가 청약 시장이 일상화 되면서 실수요자나 투자자가 서둘러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실수요 입장에선 집값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보다 움직여 볼만하다는 것이다.
윤지해 연구원은 "투자수요는 물론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가장 적절한 매수 타이밍은 지났다고 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딘 중저가 지역을 공략해야 한다"면서 "강남3구나 용산구와 같이 고점을 회복한 곳은 추격 매수하기에는 부담감이 있고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해 보면 저점을 찍었다고 보는 데 한계가 있고 급매물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7월 이후 하남시, 남양주시를 비롯해 서울 거주자들의 수도권 주택 구입이 활성화되고 있는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집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내다보진 않는다. 다만 고분양가로 인해 하방경직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정부의 특례대출이 소진될 경우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행동 결정을 조심스레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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