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차 유엔총회가 진행 중이다.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고위급 일반토의(high-level General Debate)'의 올해 주제는 '신뢰 회복과 글로벌 연대 재촉진(rebuilding trust and reigniting global solidarity)'이다.
유엔사무부총장 아미나 모하메드(Amina J. Mohammed)는 17일 '그 어떠한 누구라도 배제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글로벌 목표 달성에 해를 끼치게 한다(exclusion of anyone harms global goals)'고 선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 동아시아에서의 안보긴장도 고양,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심화, 그리고 기후변화 등의 다양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가 다시 하나로 뭉쳐야한다는 메시지이다.
그런데 유엔(UN)이 세계가 직면한 안보, 경제, 기후 등의 다양한 문제를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정신과 메시지를 살리기 위한 조치 중 하나가 있다.
바로 대만의 유엔가입이다. 대만(공식국호: 중화민국)은 GDP기준 전세계 21위 국가이다. 참고로 대만은 한국의 5번째 교역국이고, 1인당 GDP는 한국보다 높다. 유엔이 세계의 다양한 이슈영역을 다루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국가인 것이다.
하지만 유엔은 대만의 유엔가입을 거부해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유엔은 대만 국적의 대만인과 기자 등의 유엔회의 접근조차 불허하고 있다. 이러한 유엔의 방침은 1971년 유엔총회 결의 2758호에 근거하고 있다.
이지용 교수 |
유엔총회 결의 2758호(이하 '결의')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유일한 합법적 중국 대표로 인정하는 결의이다. 본 결의가 통과되기 전까지 대만은 제2차 대전 승전국으로서 유엔 창립멤버 국가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었다. 대만은 '결의'가 통과되기 직전 유엔 탈퇴를 선언했다.
대만은 이후 유엔 재가입을 신청해오고 있지만 번번이 거부당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이유이다.
하지만 '결의'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을 대표한다는 것이지 대만에 대한 합법적 주권을 갖는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대만(중화민국)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대만을 대표하는 실질적인 주권국가로 유엔가입을 신청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화인민공화국은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며 대만에 대한 주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대만은 대만섬과 실효지배 중인 도서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는 자주독립 국가임을 선언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대만섬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근거인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그 주장의 근거인 이른바 '92공식'은 '일중각표(一中各表)공식'으로 '하나의 중국이지만 그 표현과 해석은 중국과 대만이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작 대만 내에서는 '92공식'의 정당성에 대해 합의한 바도 없다.
또한 대만은 7차례에 거친 헌법 수정(증수조문·增修條文; 수정증보조문)을 거쳐 중국대륙에 대한 관할권 주장을 실질적으로 무효화시켰다. 즉, 대만은 헌법상으로도 더 이상 중국대륙에 대한 주권이나 대표권을 주장하지 않고 있다.
대만섬과 실효지배 도서에 대한 합법적 자유민주주의 주권국가임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만에 대한 주권을 바탕으로 유엔가입을 신청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유엔이 '결의 2758'을 근거로 대만의 유엔가입을 거부할 그 어떠한 명분과 정당성도 없는 것이다.
현재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섬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며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는 흡수통일을 대놓고 선언하고 있다. 이는 유엔정신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평화에 대한 정면도전이기도 하다. 책임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자세는 더더욱 아니다.
유엔 헌장 1장은 유엔의 목적과 원칙으로 국제평화안전, 평등과 민족국가자결, 인권과 자유를 촉진하기 위한 협력,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을 선언하고 있다. 2장 회원국 지위에 관한 4조는 "헌장에 규정된 의무를 수락하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있다고 기구가 판단하는 그 밖의 평화 애호국 모두에 개방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유엔은 정치적 논리나 압박에서 벗어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더욱이 현재 전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요인을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본래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유엔과 유엔 산하 수많은 글로벌 협력기구에 대만이 참여해 기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끝으로 한국을 포함한 자유민주주의 유엔회원국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 이지용 계명대학교 인문국제대학 중국어중국학과 교수 약력 =△전(前) 외교부 국립외교원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중국정치, 중국외교, 국제정치 전공 △미국 뉴욕주립대 정치학박사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저서: 중국의 초한전(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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