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4~5가지 정도 정말 필요한 것들만 장을 봤는데 5만원이 넘게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른 것 같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자취생 한모(28) 씨는 최근 달라진 장바구니 물가에 놀랐다. 집에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지 않아 올리브유, 세제, 우유 등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했으나 결제 금액은 5만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한씨는 "사 먹는 것보다는 집에서 해 먹는 게 경제적으로 훨씬 낫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냥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원윳값 상승에 따라 우유 가격이 900㎖ 기준 4~6%가량 인상됐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밀크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에도 원윳값 인상 여파로 아이스크림·빵·우유 가격이 동반 상승한 바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우윳값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한 카페 사장은 "6년째 커피 가격을 동결 중인데 인상해야 하나 고민된다"고 했고, 다른 카페 사장도 "카페라테를 4000원 가격으로 버티는 중인데 200원씩 올려야 하나 싶다"는 등의 게시글이 눈에 띄었다.
가격 인상이 매출에 직격인 만큼 어떻게든 원가를 줄이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끼리 '우유 직배송 저렴한 곳' 등을 공유하는 게시글도 있었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8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식료품을 절약한다고 해도 서민 부담은 여전하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기름값과 임박한 전기요금 발표에 이어 주류 인상·대중교통 요금 인상까지 예고됐기 때문이다.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에 따라 오는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가 평균 6.9% 인상된다. 이 여파로 조만간 전반적인 주류 제품 출고가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7일 첫차부터는 교통카드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하철 기본요금도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오른다. 서울시가 시내버스 요금을 1200원에서 1500원에서 올린 지 2개월 만이다.
평소 자차로 출퇴근을 하는 백모(30) 씨는 "기름값은 제 기준 1500원대가 디폴트인데, 요새는 싸면 1700원 중후반이고 1800원이 넘는 곳도 많다"며 "기름값이 비싸다고 차를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차를 두고 다니려고 해도 지하철 요금도 오른다고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다 막힌 기분"이라며 "정말 월급 빼고는 전부 다 오르는 것 같다"고 했다.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정부는 석유류 가격 급등에 대응해 이달 중 동절기 난방비 대책을 마련하고, 서민 부담을 덜기 위한 배추·무 할인 지원 등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 등도 선제적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다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서민 물가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