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집권 2년차를 맞이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회의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20명에 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거대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현재 17명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했으며, 이르면 7일 신 장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5.16 photo@newspim.com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두 후보자에 대한 반대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두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20명이 된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 내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이마저도 채택이 불발되면 대통령이 직접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야당 동의 없이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노무현 정부 3건 ▲이명박 정부 17건 ▲박근혜 정부 10건 ▲문재인 정부 34건 이었다. 역대 정권과 비교하면 이제 막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로서 속도가 빠른 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절차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인촌 장관 후보자, 김행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불발 가능성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데 어떻게 하나"라며 인사청문보고서 불발시 임명 강행을 할 예정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대통령실은 현재 야당의 의석수가 워낙 많고, 윤석열 정부 인사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년 총선 이후 의석수 조정이 이뤄지면 인사청문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대통령실 청사 2022.06.10 mironj19@newspim.com |
전문가들은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여당은 후보자를 옹호하고, 야당은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돼 신뢰를 잃었다고 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인사청문회 자체가 수준 이하다. 여야가 준비도 하지 않고, 후보자들도 자료를 주지 않는다"라며 "(후보자들은) 청문회장에 나가지만, 대충 떼우고 넘어가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청문회는 검증을 하는 시스템이다. 언론에 나온 사실들을 토대로 여야가 함께 검증을 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검증하는 걸 봤나"라고 일갈했다.
박 평론가는 또 "후보자의 인사 검증을 법무부, 법률가들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감옥에 가겠지, 인사청문회장에 뭐하러 나오겠나"라며 "정치적, 도덕적,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후보자를 골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인사청문회 제도는 국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물론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들긴 하지만, 있던 제도를 폐지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정치 지형) 양극화 현상이 너무 극대화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라며 "만약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장관에 임명되고 나서도 계속 제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인사청문회장에서 문제를 제기한 뒤로는 모두 조용하다"고 꼬집었다.
박 평론가는 윤석열 정부의 '야당 패싱' 장관급 인사 임명 강행이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임명 강행에 대해) 야당 탓이라고 얘기하겠지만, 국민들이 평가할 대목"이라며 "상당한 리스크가 될 것이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패할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