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위탁진료계약에 따라 매월 고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페이 닥터(봉직 의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서울 중랑구의 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 의원 대표로 있으면서 2017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근무한 소속 의사 B씨에게 퇴직금 14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B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사용자인 A씨가 퇴직금 지급 의무를 위반했다며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B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며 1심 판단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는 이 사건 조합으로부터 위탁받은 진료업무를 이행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내용의 위탁진료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계약서에는 'B씨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노동관계법과 관련한 부당한 청구를 하지 않는다'라는 기재가 명백히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B씨에 대한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 B씨가 진료업무 수행과 관련해 A씨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감독을 받은 사실이 없는 점, B씨에 대한 연차 등 휴가규정이 따로 없었던 점 등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B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인다"라며 검찰의 상고를 받아들여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위탁진료계약의 형식이라고 하더라도 B씨가 정해진 시간 동안 의원에서 진료업무를 수행하고 A씨에게 그 대가를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계약 내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봤다.
위탁계약서에 따르면 B씨의 근무장소는 진료실, 근무시간은 주중(오전 9시~오후 6시)과 토요일(오전 9시~오후 3시)로 일정하게 정해져 있었고 매월 600만원의 보수를 지급받도록 돼 있었다. B씨는 해당 의원을 사업장으로 건강보험에도 가입했다.
대법은 "이 사건 의원에서 진료업무를 수행한 유일한 의사인 B씨는 매월 진료업무 수행의 현황이나 실적을 피고인에게 보고해야 했으므로 피고인은 B씨의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를 관리하고 업무에 대한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B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근로자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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