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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사납금 폐지됐다는데..."기준금으로 명칭만 바뀌었다"

기사등록 : 2023-10-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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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사납금제가 폐지됐음에도 불구, 택시 사업주들이 '기준금'으로 이름만 바꿔 사납금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임금 체불로 시위하던 중 분신해 숨을 거둔 택시 기사 방영환(55) 씨는 이같은 사납금제로 인해 주 40시간 이상 근무에도 불구하고 월 100만원의 임금을 지불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영환 열사 분신사태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1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은 시행되었는데 택시현장에서는 여전히 변형된 사납금제가 실시되고 있다"며 "임금은 듣도 보도 못한 실차시간을 기준으로 변질되었고, 여전히 기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임금에서 공제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사납금제란 법인 택시회사에 소속된 기사가 당일 수입의 일부를 회사에 내고 남은 초과금을 정해진 방침에 따라 가져가는 제도다. 택시 기사들의 과로 문제가 불거져 지난 2021년 폐지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기준금'으로 이름만 바뀌어 사납금제가 유지되고 있었다.

실제 방씨의 경우, 주 40시간이 넘게 일했음에도 한 달에 100만원의 임금을 지불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에서 공개한 그의 이번 연도 1월 급여명세서에 따르면 한 달에 총 26일, 109시간을 근무했음에도 실제로 지급받은 금액은 100만632원에 불과했다.

이는 기준금을 채우지 못할 경우,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에서 해당 금액이 공제되거나 실제 주행 시간이 아닌 승객이 탄 시간만큼이 계산돼 월급으로 지급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방씨에게 아예 급여가 지급되지 않은 달도 있었다.

공공운수노조 박상길 부위원장은 "소정근로 40시간 이상을 보장하고 임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방씨가 근무했던) 회사뿐 아니라 서울시 전체 법인택시가 그렇다"고 지적했다.

택시 요금이 올라도 택시 기사들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았다. 요금이나 할증이 오른 만큼 사납금 또한 올랐기 때문이다. 오히려 오른 요금으로 인해 택시 이용률이 줄어들어 기사들의 고충은 더더욱 늘어가고 있었다.

택시 지부 이삼형 정책위원장은 "서울지역 일반택시 사업주들은 법령을 준수하지 않고 있어 택시 노동자들은 극심한 임금 저하, 노동환경 악화로 생계가 힘들고, 교통사고 증가로 이용 시민들의 안전에도 막대한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대문역으로 가던 길에 만난 택시 기사 A씨는 "사납금제는 전혀 폐지되지 않았다. 지금도 사납금을 못 채우면 월급에서 깎거나 사비로 메우는 기사들도 많다"라며 "택시 한 대를 오전, 오후로 나눠서 2명이 운행하는데 손님이 적은 쪽은 사납금 채우기도 바쁘다"고 말했다. 

준비위는 이날 서울시에 택시사업장을 전부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오는 13일에는 공대위를 공식 출범하고 택시기사 월급제 문제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대응해나간다는 계획이다. 

mky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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