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추석 연휴가 끝나고 10월 중순 들어서면서 부동산 관련 몇몇 지표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아파트 매매·전세 동향을 살펴보면 10월 둘째 주 전국 집값과 전셋값은 각각 13주, 12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음에도 상승폭은 최근 들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세를 주도했던 강남4구와 경기 과천, 광명, 하남, 화성 등의 상승폭 축소가 두드러졌다. 이들의 지표가 불과 한 주 동안 나타난 지표인 만큼 당장 하락 신호를 판단하기에는 섣부른 감은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 증가세가 9개월 만에 주춤해졌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김보나 인턴기자] |
하지만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주춤한 모습이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968건을 기록하고 있다. 신고 기한이 이달 말로 보름 이상 남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난 달(3838건)과 비슷하거나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회복세를 보이던 추이와는 다른 분위기다.
여기에 매물도 쌓여가는 추세다.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지난 12일 기준 7만4955건을 기록했다. 이는 3개월 전(6만6904건)보다 12.0%(8051건) 늘어났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5만9827건)에 비해서는 25.2%(1만5128건) 증가한 수치다. 추석 연휴가 낀 9월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 또한 추세 변화를 단정 짓기는 아직 어렵다.
고분양가임에도 완판행진을 해 왔던 서울과 경기 분양시장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호반써밋 개봉'과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등 2개 단지가 청약시장에선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잇따라 미분양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 개봉'은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경쟁률 25.23대 1을 기록했지만, 절반가량이 계약을 포기했다. 이 단지는 이달 16일 7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401가구를 일반 분양으로 모집하는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5626명이 몰려 1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계약 포기자가 속출해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이들 단지는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슷하거나 높은 분양가가 미분양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앞서 지난 6월 분양한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는 신림선 서울대벤처타운역이 1.4km나 떨어져있고 분양가도 10억3000만원(전용 84㎡)으로 높은 수준이었는데도 완판을 기록했다.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 '청계sk뷰' 등도 7, 8월 분양 당시 시세보다 높게 나와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조기 완판에 성공했다.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직접적 영향은 금융당국의 '스탠스 변화'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올 상반기 특례보금자리론 확대와 금리 하향조치가 집값을 회복시키는데 1등 공신이었지만 가계대출 증가와 일부 지역의 집값급등세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결국 이를 다시 억제하는 방향으로 튼 것이다.
여기에 대외적 불확실성도 시장 분위기를 어둡게 하는 변수다. 안 그래도 미국 금리인상 여부에 따라 금리, 유가, 환율 등이 출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터지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경제 상황이 돼 버렸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집값 폭락론을 주장해 왔던 자들이 최근 들어 더욱 기세를 높이고 있다. 지금껏 반등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시장에 대해서도 '데드캣 바운스'라는 주식용어를 갖다 붙이며 현실을 부정해 온 게 이들이다. 물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확전되며 장기화되고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등 고금리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내 경제는 큰 타격을 입고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돌발 변수'에 편승해 본인들의 주장이 옳다고 기세를 올리는 데 대해선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 사실이다.
집값이 상승할 반대 급부적 요인도 적지 않다. 수도권지역의 전세 매물난, 아파트 공급부족현상 가중, 고분양가 추세 등에다 대외적 돌발변수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경우 등이 반영될 경우다. 집값에 영향을 미칠 혼재된 변수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만큼 당장의 변곡점이 나타나기 보다는 횡보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지켜 볼 일이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