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모가 830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중도상환수수료가 도마위에 올랐다. 조기상환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며 차주 부담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수수료 기준은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대환대출 활성화를 통해 대출감소를 추진하는 정부 방침과도 맞지 않다는 점에서 단계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 중 주담대 중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은 은행은 카카오뱅크가 유일하다. 다른 은행들은 상환금액과 대출잔여일수 등에 따라 0.5~2.0% 구간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서울 시중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스핌DB] |
중도상환수수료는 은행들이 조기상환 시 대출금을 조달하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차주에게 청구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공급(대출)하면 은행은 이를 위한 장기자금을 마련해 운용하는데 차주가 일찍 상환하면 남은 기간에 대한 조달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수료가 불가피하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하지만 가계대출 급증에 고금리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차주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수수료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회를 중심으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은행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1873억원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을 거뒀지만 기준이 합당한지는 여부는 '깜깜이'"라고 지적했다.
유의동 국민의당 의원 역시 국민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는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적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중도상환수수료가 가계대출 감소를 유도하는 금융당국 방침과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차주가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금을 갚으려 해도 수수료가 너무 높아 상환을 미루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담대의 경우 대출규모가 수억원대에 달하기 때문에 수수료 역시 1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30년 만기로 3억원의 주담대를 받은 차주가 10년만에 이를 조기 상환한다고 가정할 경우 납부해야 할 중도상환수수료는 600만원(수수료율 1% 기준)에 달한다. 만기를 40년, 상환시점을 10년, 수수료율을 1.5%로 조정하면 1350만원까지 치솟는다.
정부는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오는 주담대 및 전세대출 비대면 대환대출 시스템을 올해말 또는 내년초에 서비스한다는 계획은 내놓은 상태다. 9월말 기준 국내 은행 주담대 규모는 833조9000억원. 올해만 35조원이 증가하며 전체 가계대출의 77%를 차지하는 등 증가세가 심각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도상환수수료까지 현 수준으로 유지되면 시스템이 갖춰져도 기대했던 차주 부담 완화가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감 질의에서 "수수료 부과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에 공감한다"면서도 "수수료 부과는 여러 이유가 있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살펴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은행권 반대가 여전해 무작정 폐지를 검토하기보다는 면제 조건을 늘리고 수수료를 낮추는 등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대출금의 장기운용 과정에서 필요한 수수료다. 대출 조건에 따라 다양한 면제요인이 있고 수수료 자체도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은행들이 이익을 보고 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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