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발발한 지 열흘째를 맞으면서 가자지구에서의 전면전이 국제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근거지를 모두 파괴하고 그 세력을 축출하겠다며 가자지구 점령을 염두에 둔 대대적인 지상 공격 준비를 사실상 마친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에서의 전면전이 인도주의적 재앙과 함께 군사적으로도 중동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며 만류하고 나서면서 이스라엘 정부도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부터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에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궤멸시켜 버리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기습 공격 사태 직후 가자 지구를 '악의 도시'로 규정하며 무자비한 피의 보복을 다짐했다. 그는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과 하마스가 숨어 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하마스에 대한 전면 봉쇄와 함께 "가자지구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며 대규모 지상군 투입과 가자지구 점령을 거듭 예고해왔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것으로 평가된다. 연일 계속되는 공습으로 주요 시설과 건물들을 파괴했고, 수도 전기 등의 공급을 차단한 채 북부 가자지구 주민들의 상당수도 다른 지역으로 소개시킨 상태다.
군사 전문가들은 에비군을 포함한 30만명의 병력과 탱크 부대를 국경에 집결시킨 채 진입 명령만 남겨둔 상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거세지는 국제사회의 만류와 반발 여론이 강경파 네타냐후 총리 정부조차 머뭇거리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 초반에 "이스라엘의 반격을 전폭 지원한다"고 목소리를 내온 최대 맹방이자 후원자인 미국 정부조차 대규모 지상전에 대해선 제동을 거는 기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점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마스에 대한 철저한 응징은 지지하지만 가자지구 점령은 안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낸 것이다.
프랭크 매킨지 전 미국 중부사령부관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작전은 "모두에게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의 우려는 가자지구 전면전이 단순히 양측의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가자지구에서의 전면전은 자칫 이란과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의 참전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중동의 거대한 화약고를 터뜨리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는 정세 판단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읽힌다.
이런 시점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16일 이스라엘을 재방문한 것이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 12일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요르단과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을 차례로 방문한 데 이어 이날 다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그는 전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들에게 "지난 며칠 간 다른 파트너들과 만나 논의한 모든 것들을 공유하고 동맹인 이스라엘 및 친구들과 향후 나아갈 길에 대해 논의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을 다시 찾은 블링컨 장관의 임무는 '하마스를 응징하되 가자지구 점령과 파괴는 안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가이드 라인을 이스라엘 정부에 설명하고 설득시켜 내는 것이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은 조만간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인 동시에 가자지구 확전에 대한 견제의 포석도 깔려있다.
따라서 블링컨 장관으로선 바이든 대통령을 이스라엘 방문을 조율하면서 네타냐후 정부를 상대로 가자지구 해법의 퍼즐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과연 하마스를 응징하고 축출하되 인도적 재앙을 피하고 가자지구 점령 사태 후폭풍을 피할 수 있는 해법를 도출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