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11일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이 전쟁의 다음 단계가 지상전이 아닐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등 전 세계의 확전 방지 노력과 지상전이 헤즈볼라를 자극할 가능성 등이 이스라엘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의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지만 그것이 무엇일지는 이야기 한 적 없다"면서 "모두가 지상전을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다른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이 아닌 다른 군사 작전을 펼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36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하며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준비해 왔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1300명 이상이 사망하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는 현재까지 약 3000명이 사망했으며 1만2500명이 다쳤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은 거의 확실시됐다. 특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 명을 향해 24시간 이내에 남부로 대피할 것을 명령하자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강해졌었다.
현지 언론인 예루살렘 포스트는 지난 12일에만 해도 이스라엘군이 13일이나 14일 가자지구에 진입할 것은 분명했었다며 15일과 16일에는 공군이 수일간의 폭격으로 지상군의 길을 터줘 가능성이 더 커졌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자지구를 '피바다'(bloodbath)로 만들 가능성이 큰 지상군 투입을 놓고 이스라엘도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주택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 현장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10.17 mj72284@newspim.com |
우선 이스라엘의 '맹방' 미국이 가자지구 점령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국제 사회의 반대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지지하면서도 확전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마스를 규탄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말 CBS 방송 '60분'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다면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일(18일)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하기로 한 것도 당장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이 어려운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이어 요르단과 이집트를 방문하고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날 예정이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자극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예루살렘 포스트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하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헤즈볼라가 북쪽에서 IDF와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이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이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어질지를 가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정부 관료들은 2척의 항모타격단 배치가 당장은 헤즈볼라의 군사 행동을 억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측은 현재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지만 미국 관료들은 추가 정보가 들어오면 이 같은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몰아낸 이후 어떻게 할 지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지상군 투입이 미뤄지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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