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신중론이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다. 최근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이것이 경제에 어떤 효과로 나타날지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내년 초가 되기 전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지난 20개월간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에 충분한지 판단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커 총재는 "이제 우리가 잠깐 앉아 있을 때"라면서 "그게 길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앞으로 몇 달 동안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자"고 했다. 하커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결정에 참여한다.
하커 총재는 최근 경제 지표가 놀랍게도 강했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경제가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도 설명했다.
이날 공개 발언에 나선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지 여부는 앞으로 나올 지표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건물.[사진=블룸버그] 2023.10.19 mj72284@newspim.com |
연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통화정책을 유지해 왔다. 지난달 회의에서 연준은 연내 25bp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동안 고금리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별도로 같은 날 공개 발언에 나선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한동안 고금리가 지속할 것이라는 지난달 연준의 입장을 확인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우리는 지속 가능한 형태로 2%의 (물가) 목표를 달성할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그것(고금리)을 고수할 것"이라면서 "이처럼 제한적인(restrictive) 기조의 정책을 한동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최근 국채 금리가 뛰면서 최근 복수의 연준 위원들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이유가 옅어졌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벤치마크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4.9%를 넘기며 지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5.23%로 올라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높은 금리는 투자와 소비를 약하게 함으로써 경기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낮춘다. 하커 총재는 "본질적으로 금융 완화 정도를 줄이는 어떤 것이라도 통화정책과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커 총재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통화정책의 지연된 효과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전날 한 컨벤션에 참석한 하커 총재는 "우리는 많은 것을 했고 그것을 매우 빠르게 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것이며 우리는 꽤 많은 것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선 올해 이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한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하커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을 때 금리를 낮추는 것을 검토하는 것도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커 총재는 "우리는 그 지점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가령 2.5%에 도달하고 그것이 계속 내려간다고 하면 최소한 나는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시점인지 아닌지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FOMC 정례회의 이후 공개된 점도표에는 내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반영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윌리엄스 총재는 "기준금리는 몇 년에 걸쳐 낮아지겠지만 그것은 지표와 우리가 무엇을 보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물가상승률이 2.5% 정도로 둔화하고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하고 있을 때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월러 이사는 "나는 아직 금리 인상을 멈추지도 않았는데 금리를 내리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연준은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FOMC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11월과 12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각각 93.9%와 61.1%로 우세하게 반영 중이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