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앞으로 한 5년 뒤에는 못하지 않을까 싶어요. 오히려 코로나19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네요. 지금까지 세 명, 이따 네 시에 오는 손님 한 명까지 합하면 오늘은 총 네 명 받아요."
코로나19가 해제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상황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20일 법조 및 업계 등에 따르면 현행법상 안마원은 시각장애인 중 의료법에서 정한 교육을 마치고 자격을 인정받은 자에 한해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비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불법 마사지 업소가 난립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생계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A 안마원 입구. 문에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국가공인안마센터 표시가 붙어있다. 2023.10.19 allpass@newspim.com |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6년째 A 안마원을 운영하는 정모(58·시각장애인) 씨는 전날인 19일 뉴스핌 취재진과 만나 "아내와 둘이 운영 중인데 하루 평균 세 네 명 정도 예약이 잡혀있고 어떨 땐 손님이 없을 때도 있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오후 3시10분쯤 해당 안마원을 찾았을 땐 안마방 네 곳 중 한 곳에만 고객 한 명이 있었다. 그나마 취재가 진행되는 50분 가량 동안은 고객이 오지 않아 썰렁했다. 가게 입구 유리문에는 '국가공인 안마센터' 표시가 붙어있었다.
정씨는 "월 매출이 300만원 정도 되는데 가게 월세랑 이것저것 떼고 나면 150만원 정도만 남는다. 개원 초기 매출의 40% 정도"라며 "대출에 집사람과 재수생 딸 학원비, 생활비까지 내고 나면 마이너스"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후암동 A 안마원 내부.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침대와 공기청정기, 의료 장비 등이 있다. 2023.10.19 allpass@newspim.com |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12년째 1인 안마원을 운영 중인 송모(55·시각장애인) 씨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지만 매출 감소와 임대료 인상으로 부담을 겪고 있었다. 송씨는 "다들 경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필수적인 걸 제외하곤 돈을 안 쓰려고 하지 않냐. 안마부터 안 받더라"라며 "불법 업소 문제는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임대료까지 20% 정도 올라 20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 중 절반이 임대료로 나가고 200만원~300만원 정도 겨우 버는데 이것도 경기가 좋을 때 얘기"라며 "고객 수는 대중없는데 보통 4~5명 정도 오는 것 같다. 오늘은 비가 내려서 3명 정도 왔다"고 털어놨다.
대한안마사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안마원은 942곳으로 1000곳도 채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불법 마사지 업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단속도 미비해 사실상 암묵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홍서준 한국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은 "마사지 관련 민간자격증은 전 국민이 딸 수 있는 데다 발급 절차도 비교적 가벼워서 이미 많이 확산됐다"며 "체형관리 뿐만 아니라 화장품 판매업이나 피부 관리숍 등으로 업종을 등록하다보니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했다.
이어 "장애인들은 안마 기술이 좋아도 홍보에 있어서 비장애인을 따라가기 힘든 데다 코로나19 이후로 정부 바우처 예산까지 줄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지난 19일 서울 중구 북창동에 위치한 B 지압 안마원. 2023.10.19 allpass@newspim.com |
지난 2020년 9월에는 비시각장애인 안마사의 마사지 행위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시각장애인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법원은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없는 가벼운 안마행위까지도 무자격 안마행위로 처벌하는 것은 의료법 위임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며 "마사지 시장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마사지업 종사자는 최소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데 반해 자격 안마사는 1만명도 채 안 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2심에선 벌금 2500만원이 선고됐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에선 시각장애인에게만 정식 안마자격을 주는 현행 의료법에 대해 비시각장애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하급심 판결에 대한 상고심도 계류 중이다.
이에 더해 일부 시민들은 안마원 이용에 대해 불편함을 비치고 있다. 대학생 성모(22) 씨는 "아무래도 몸이 불편하신 분들께 서비스를 받는다는 게 마냥 마음이 편하진 않다"며 "그러다보니 차라리 동남아 직원들이 있는 집 근처 타이마사지숍을 가게 된다"고 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최인식 대한안마사협회 홍보위원장은 "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면 좋겠지만 시각장애인들이 배우고 생업으로 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안마밖에 없다"며 "안마원이 사라졌을 때 병원이나 국가에서 일자리를 받을 수 있을진 모르겠다. 솔직히 당장은 대안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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