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달 27일 회장 취임 1년을 맞이한다. 반도체 다운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 등으로 녹록지 않았던 경영환경 속에 삼성전자의 지난 1년 간의 모습과 현재 당면한 과제,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용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작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반도체 업황이 다운텀에 진입하며 취임 1년간 실적 면에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올해 1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에 사상 유례 없는 적자를 이어왔고, 삼성전자는 휴대폰 사업으로 간신히 전체 적자를 면하는 수준으로 실적을 방어했다.
반도체 업황은 통상 호황과 불황을 오고가는 사이클을 보여 왔지만, 이번 반도체 업황 둔화 속에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감을 키우는 부분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던 삼성전자의 모습과 다르게 고스란히 위기를 끌어안고 있다는 점이다.
◆HBM3 시장 놓친 삼성, "삼성답지 못한 모습"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에 수조원대 적자를 내며 전제 실적을 끌어내고 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6402억원, 66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이 1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3분기 잠정실적은 상반기 보단 좋아지는 흐름을 보이며 영업이익 2조4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드라마틱한 실적 회복은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용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후 받아든 1년 성적표는 반도체 다운텀과 맞물려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도체 위기 속 삼성전자에 대해 우려감이 더 커지는 부분은 반도체 산업이 다운텀이라도 고대역폭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과 같이 개화하는 시장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새로운 기회를 찾지 못하고 위기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다는 점이다.
초거대 인공지능(AI) '챗GPT'가 등장한 이후 급부상한 HBM은 AI반도체로 손꼽힌다. 모건스탠리가 9월 리포트를 통해 HBM 시장규모를 분석한 결과, HBM 시장 규모는 2023년 40억 달러에서 2024년 90억 달러, 2025년 150억 달러로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엔비디아에 지난 6월부터 HBM3를 독점 공급했다. 또 엔비디아가 내년 2분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차세대 AI용 플래그십 그래픽처리장치(GPU)인 B100에 SK하이닉스 HBM3 후속제품 HBM3E 제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불황을 함께 겪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HBM 제품을 통해 활로를 찾은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HBM3 수주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사실상 수율 문제로 최종 계약까진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삼성전자는 반도체 다운텀일 때 다른 업체들과 매출 격차를 벌리고 앞서나가는 기회로 활용했다면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면서 "HBM3 신기술 분야를 두고 하이닉스는 새로운 분야에 지속적으로 노력했다면, 삼성은 이 시장을 놓쳤고 이것은 삼성답지 못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은 AI나 고성능 서버 등 시장이 개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고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연구, 투자해 온 분야"라며 "반도체 업황이 좋으면 상관없는데 다 안좋은 상황에 HBM만 활발하다 보니 삼성의 HBM에 대한 경영적 판단이 미흡했던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TSMC와 좁혀지지 못한 격차..."경쟁력 높여야 일류 유지"
삼성전자가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 역시 TSMC와의 경쟁에 있어 크게 좁혀지지 않은 격차가 아쉽다는 반응도 이어진다. 대만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56.4%, 삼성전자가 11.7%로 여전히 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TSMC를 추격하기 위해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인 것이다. 과거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시절 D램 반도체가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한 축으로 작용했다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이재용 회장이 사활을 걸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미래를 떠받칠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경기도 용인에 300조원 이상을 투자해 세계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이곳에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 허브를 심을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연내 완공될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선 4나노 공정 기반의 파운드리 제품이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하는데, 여기에 약 22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은 파운드리에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였지만 TSMC와의 경쟁력 격차가 아쉬운 상황이고, 그 경쟁력을 높여야 글로벌 일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경쟁력 강화가 다른 산업 진출을 위한 캐시카우가 되는 것은 맞지만, 반도체 중 비메모리 파운드리를 보다 강화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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