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지난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은행들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시장을 통제, 관리하고 있는 금융위가 은행권의 50년 주담대 준비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냐는 백혜련 정무위원장의 지적에 "통제 없이 나간 상품이다. 전혀 몰랐고 사전협의에 대한 보고 등을 받거나 한 적도 없다"며 논란을 키웠다.
나아가 "은행들이 내놓은 50년 주담대 상품은 정부 정책을 조금만 이해하고 금융으로서의 상식이 있다면 내놓지 않았을 상품"이라며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않는다.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금융당국에서 권장해온 것인데, 50년 만기 주담대가 이제 와서 가계 빚 주범으로 몰리고 있으니 말이다.
금융증권부 김연순 차장 y2kid@newspim.com |
'50년 주담대' 상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의 대안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출 규제 완화 차원에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도입을 추진했다.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정상화 방안에 50년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 자금을 돕고, 금리인상기에 취약차주의 월 상환액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였다.
은행권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강조해 온 '상생금융' 차원에서 초장기 주담대 상품에 동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의 기조가 바뀐 건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한 이후다. 당국의 초장기 주담대 '권유 기조'는 돌연 '압박 기조'로 바뀌었다. 이후 50년 주담대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던 은행들은 판매를 중단하거나 만기 기한을 40년으로 단축했고, 당국의 기류 변화에 보험사들 역시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계획을 접었다.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시장실패는 독점 등의 이유로 시장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때 정부의 개입이 정당화된다. 정부 개입은 시장을 바로잡고 자원 배분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은 기업의 경제 활동 제한, 불필요한 자원 소모 등의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금융당국이 금리인상기에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 대출금리 조절에 나선 건 차치하더라도, 금융권에 초장기 주담대 대출 상품 권유는 정부의 개입 정책 중 하나라는 평가가 높다.
결국 50년 주담대 상품을 놓고 금융권 안팎에선 '정책 실패'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부정하고 있지만 시장과 현장에서의 평가는 냉혹하다. 정책 실패에 따른 시장의 혼란과 혼선의 최종 목적지는 금융소비자들이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