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산업은행이 연내 매각을 추진 중인 HMM(옛 현대상선) 딜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HMM의 '신속한 매각'을 강조했던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넉 달 만에 입장을 선회하면서다. 정부와 여권 내의 신중한 매각 기류가 강 회장의 스탠스 변화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5일 금융권 및 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내달 23일 HMM 매각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HMM 매각 측은 본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연내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강 회장은 지난 6월(20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HMM 매각과 관련 '조만간 성사' 기대감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HMM의 주가가 내려 1000억원 손실을 보면 산은의 BIS 비율이 0.07%포인트 내려간다"며 "재무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HMM 매각 등이 신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HMM 매각을 놓고 강 회장의 스탠스 변화가 감지됐다. 강 회장은 "적격인수자가 없다면 당연히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며 처음으로 유찰 가능성을 피력했다. 넉 달 만에 신속한 HMM 매각에서 '신중 모드'로 돌아선 셈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3.10.24 leehs@newspim.com |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 7월 HMM 경영권 매각 공고 이후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LX인터내셔널 등 3곳을 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로 추리고 지난달 6일부터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HMM의 매각 가격이 5조~7조원으로 전망되는 만큼 인수자의 자금 동원력이 이번 딜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관련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동원그룹, 하림그룹, LX그룹은 HMM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하고 인수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강 회장이 선제적으로 유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HMM 매각 작업이 좌초될 것이란 관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산은 측이 "원론적인 얘기이며 현재 후보자들이 적격자가 아니라는 발언은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강 회장의 발언은 정부와 여권 내의 기류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정부와 여권에선 연내 HMM 매각을 놓고 신중론이 고개를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은 "HMM 매각은 속도·내용 다 잡는 가운데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적합한 회사가 없다면 유찰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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