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내달부터 소주와 맥주 가격이 동시에 오른다.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에 따라 가격 인상을 억눌렀던 주류업체들이 더 이상은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주류 소비가 늘어나는 연말, 소비자들의 주머니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내달 9일부터 소주 참이슬, 진로와 맥주 테라·켈리의 출고가를 동시에 인상한다.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진로 등 소주류 출고가는 평균 6.95% 인상한다. 인상 대상 품목은 360ml 병과 1.8L 미만 페트류다.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 주류코너의 모습. [사진=뉴스핌DB]

같은 날 테라, 켈리 등 맥주 제품 가격도 평균 6.8% 인상할 계획이다. 다만 판매 비중이 높은 500ml캔, 그리고 최근 선보인 한정판 제품인 테라 싱글몰트, 필라이트 로우칼로리 제품은 인상 품목에서 제외했다. 또 필라이트 계열 발포주 제품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355ml캔, 1.6L 페트 품목은 인상율을 최소화했다고도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연초부터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 가격이 10.6% 인상되고 신병 가격은 21.6%나 인상되는 등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제조경비 등 전방위적으로 큰 폭의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며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발맞추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 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주류업계 가격 인상 포문은 오비맥주가 열었다. 오비맥주는 지난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올렸다. 가정용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카스 500ml 캔 제품은 현행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하이트진로도 곧바로 맥주와 소주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 등 소주 가격도 조만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2월 말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등 소주 출고가를 올리자 롯데칠성음료는 그해 3월 소주 출고가 인상안을 적용한 바 있다. 소주 제조비용을 비롯한 경영상황이 경쟁사와 유사한 만큼 연내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클라우드'의 경우 내달 중순 리뉴얼한 신제품 출시를 예고한만큼 단순 가격 인상 보다는 경쟁 제품과 유사한 가격대로 제품을 선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주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들 주류업체들은 올 상반기 한차례 가격 인상을 검토했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이 거세지면서 "한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며 인상을 유예했다. 관련해 맥주 주세는 지난 4월 리터당 30.5원 인상 적용됐으며 소주 원료인 주정(에탄올) 가격은 올 초 10.6%, 공병 가격은 21.6% 상승한 바 있다.

각종 모임과 송년회가 몰리는 연말을 앞둔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 통상 주류업체가 주류 출고가를 10원 단위로 인상하면 음식점과 주점에서는 가격을 1000원 단위로 올리기 때문이다.

현재 일선 음식점, 주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또는 맥주 1병 가격은 5000~6000원 수준이다. 여기에 이번 7% 수준의 출고가 인상안이 적용될 경우 소주·맥주 1병당 7000~80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강남 등 일부지역에선 병당 7000~8000원을 호가하고 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먹는 '소맥(소주+맥주)'을 마시려면 2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출고가 인상이 소비자가에 반영되기 까지는 약간의 시간차가 있다"며 "또한 최근 외식 소비위축도 심화되고 있어 음식점, 주점 등이 적극적으로 인상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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