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증권사들이 3분기 실적을 잇따라 발표하는 가운데 실적 악화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모습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기업금융(IB) 부문의 대규모 딜 부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의 영향이다.
2일 NH투자증권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 등 주요 5개 증권사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740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5%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발표를 마친 NH투자증권은 1007억원으로 전분기 보다 44.8% 감소했다. 그 외에는 미래에셋증권(1333억원), 삼성증권(1574억원), 키움증권(1564억원), 한국금융지주(1930억원) 등으로 추정된다.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지난주 실적을 발표했는데 충당금 적립 등 영향으로 적자를 맞았다. 하나증권은 고금리 장기화, 유동성 감소 등 영향에 더해 투자은행(IB) 자산 충당금 확대 영향으로 4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도 18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는데 라임·젠투펀드 등 투자상품 사적화해 관련 약 1200억원 규모의 충당부채 적립의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KB증권은 충당금 적립 규모가 비교적 적은 가운데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자산관리(WM) 부분이 선방하면서 11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실적 발표를 앞둔 증권사들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까지 거래대금이 워낙 좋았기에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은 모두 증가하지만 여전히 저조한 IB, 해외부동산 평가손실 반영 등에 따라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4분기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부동산 PF 리스크 지속과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 전쟁 악재 등이 산적해 있어서다. 여기에 증시 침체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4분기 증권사들의 비시장성 자산 재평가로 해외부동산 관련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10월부터 금리 변동성이 상당히 높아져 트레이딩 수익도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25개 증권사의 국내외 부동산금융 위험 노출액은 47조6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면서 "4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3분기보다 눈높이를 더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 주요 5개 증권사의 올해 연간 이익 추정을 평균 -10.8% 하향한다"며 "당분간 증권업종에 대해 보수적 관점을 견지하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실적 개선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와 부동산 시장의 추세는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며 "부동산 PF는 일반적으로 사업기간이 2~3년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과거 수준의 주관수수료를 수취하기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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