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19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관련 수사를 맡았던 검찰 간부가 "당시 대검찰청과 법무부의 외압으로 수사를 중단한 것이고 안양지청은 직권남용의 피해자"라며 1심의 무죄 판결을 에둘러 비판했다.
배용원 청주지검장은 2일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진=뉴스핌DB] |
배 지검장은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로 근무하던 2019년 6월 20일경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전 고검장이 자신에게 전화해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는 법무부하고 대검하고 다 이야기가 돼서 그렇게 된 것이다. 서울동부지검장도 보고받아서 알고 있으니 확인해 보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안양지청 형사3부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과정에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검사였던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 대검 반부패강력부 수사지휘과에 보고서를 보냈다.
배 지검장은 일선청 보고에 대해 검사장급이 직접 전화한 것은 처음이었고 이례적이라고 했다. 이어 "수사보고서를 보내면 '기록을 잘 검토해서 보고했구나', '고생했다' 이런 게 대검에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인데 '이걸 수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들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피고인의 말을 압력으로 느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저희가 수사하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걸로 보였다"라며 "굉장히 불편한 이야기였고 '수사하지 말란 말인가', '왜 저런 말을 하지'라는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다만 이 전 고검장뿐만 아니라 법무부와 대검 차원에서 안양지청의 수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가 '대검에서 피고인만 특정해서 수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배 지검장은 "굳이 피고인만 그럴 이유는 잘 모르겠다"라며 "당시 긴급 출금 과정에 법무부와 대검이 관여됐고 추상적으로 법무부와 대검의 뜻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배 지검장은 "안양지청 입장에서는 외압이 없었다면 수사를 중단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라며 "수사에 관여할 수 없는 법무부 고위 간부가 전화를 했고 지휘부서인 대검 간부들이 계통을 벗어나 '보고서를 안 받은 것으로 하겠다', '안양지청에서 해결하라'고 연락했는데 이게 외압이 아니면 어떤 게 외압이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 전 고검장의) 1심 판결문을 보면 수사 중단의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안양지청 사람들이 속단하거나 자의적 판단을 했다고 돼 있지만 수사 중단의 본질을 희화화하고 호도하는 것"이라며 "책임을 일선 지청에 전가하는 것이고 2차 가해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현 수원고검 검사)도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배 지검장으로부터 이 전 고검장의 전화 내용을 전해 듣고 "수사를 그만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였다"라고 증언했다.
이른바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은 이규원 검사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던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2019년 3월 22일 밤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는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불법으로 막았다는 의혹이다.
이 전 고검장은 같은 해 6~7월경 이 전 지청장 등을 통해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이 불법 출금에 관여한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해 수사하지 못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피고인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직권을 남용해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들에게 위법·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전 고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수사 중단을 인정하면서도 이 전 고검장의 행위 외에 법무부 개입이나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의적 판단 등이 모두 경합해 발생한 결과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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