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대법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제조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일 김모 씨가 옥시레킷벤키저와 한빛화학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500만원 지급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중 가장 많은 피해를 유발한 곳으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신현우 전 사장이 지난달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김씨는 2007~2011년 피고 제조사들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던 중 2010년 5월 간질성 폐질환을 진단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살균제와 질환의 인과관계를 조사했다.
2014년 3월 김씨에 대해서도 폐손상 여부 판정을 위한 조사를 진행했으나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 폐질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능성 낮음'(3단계) 판정을 내렸다.
이에 김씨는 2015년 2월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호흡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물질(PHMG)이 포함됐음에도 설계상, 표시상 결함 등으로 신체에 손해를 입었다며 2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김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들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2심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에 PHMG 성분을 사용한 설계상의 결함과 그 용기에 인체에 안전하다는 문구를 표기한 표시상의 결함이 있다"며 "그로 인해 원고가 신체에 손상을 입었다고 보아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또한 "원심 판단에 제조물 책임에서의 인과관계 추정, 비특이성 질환의 인과관계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제조·판매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민사소송 중 첫 상고심 사건 판결이다.
대법원은 "질병관리본부 조사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 폐질환 가능성을 판정한 것일 뿐"이라며 "손해배상소송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그로 인한 질환의 발생, 악화에 관한 인과관계 유무 판단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의 구체적인 증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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