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일본의 400년 수도 도쿄(東京)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600년 수도인 서울과 많이 닮아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이뤄졌던 서울의 첫 도시계획이 도쿄를 벤치마킹한 것이기 때문이다.
도쿄는 아시아의 첫 메가시티라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지난 1943년 첫 계획이후 80년 동안 꾸준히 개발이 이뤄졌다는 점도 도쿄가 런던, 파리와 같은 다른 글로벌 대도시와의 차이다.
최근 논의 되는 메가서울의 선행사례 격인 도쿄도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 역시 적지 않다. 하지만 서울의 3배가 넘는 도시 영역을 접근성과 정비사업 등 일본인 특유의 도시공학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점은 메가서울이 참조해야할 부분으로 꼽힌다.
◆ 아시아 최초 메가시티 '도쿄都'...80년 더딘 성장
도쿄도 현황 |
도쿄도는 혼슈 동부 지방인 간토(關東)에 위치한 도쿄 광역권의 핵심 도시이며 일본의 중심지다. 기존 도쿄시가지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의 최대도시로 면적은 2193.96㎡로 서울의 약 3.6배에 달한다. 이같은 도시영역은 중국의 도시들을 제외하면 수위급에 해당한다.
도쿄는 일본전국시대(1500년대) 당시만 해도 에도(江戶)라 불리던 자그마한 어촌에 불과했다. 전국을 제패한 다이고(太閤) 토요토미히데요시가 정적 도쿠카와이에야스를 견제하기 위해 변두리인 에도로 영지를 바꿨지만 이후 일본을 제패한 쇼군 도쿠카와이에야스의 에도 막부는 300여년에 걸친 통치 끝에 에도를 지금의 글로벌 도시 도쿄로 육성했다.
도쿄가 메시티 '도쿄도'로 성장한 시점은 대략 80년 전이다. 일본제국 시절인 1930년대부터 도시 영역 확장을 추진해 1943년 지금의 도쿄도로 지정됐다. 옛 도쿄시 지역은 현재 23개 자치구로 구성됐으며 이 곳은 도쿄도 구부(区部)라 불린다. 약 980만명이 거주하는 곳이다. 1943년까지 편입된 지역은 농촌과 도서를 포함해 26시 5정 8촌으로 재편된다. 약 430만명이 살고 있는 이들 지역은 타마(多摩)로 불린다.
도쿄도의 확장은 사실 메가시티 계획과는 상관이 없었다. 옛 도쿄시의 수도 공급원이 타마 지역에 있다보니 체계적인 상수원 관리를 위해 행정권을 합친 것 뿐이다. 이에 따라 메가시티 도쿄도는 80년의 긴 역사와 달리 메가시티로서 성장은 더뎠다.
우선 도쿄도의 영역이 동서로 도시, 농촌의 경계가 뚜렷했다. 이렇다보니 구부와 타마는 서로 개별적인 발전을 이룰 수 밖에 없었고 구부의 높은 인구밀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타마에 도(都) 재정이 흘러가지 않은 탓이다.
행정권자가 다르다는 것도 더딘 성장의 이유다. 도쿄도의 행정기관장인 도지사는 1400만명 도민이 뽑는다. 구부는 23개 자치구에서 구청장을 개별적으로 뽑고 타마의 시·정·촌(市·町·村)에서는 각각의 시장, 정장, 촌장을 뽑는다. 그런데 구부는 도지사의 직할 체계가 유지되지만 타마는 도쿄도지사의 권한이 한정적이고 시·정·촌장의 권한이 강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구부에선 서울시장과 25개 자치구청장의 관계가 그리고 타마는 경기도지사와 각 시장. 군수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도쿄도 차원의 개발사업이 구부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게 만든 이유가 됐다.
교통수단 발달이 늦었던 시기에 지나치게 큰 시 영역도 문제가 됐다. 도쿄도는 동서 긴 형태의 모습을 갖고 있는데 일본은 오래 전부터 도시철도 확충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경제 성장기였던 50~60년대에는 구부와 타마를 연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 방치된 타마에 대해 관심이 기울여진 때는 도쿄의 인구 과밀가 주택난이 극에 달했던 1970년대였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1960년대 후반부터 주거 신도시 개발에 돌입했고 같은 도쿄도임에도 토지 이용이 낮은 타마지역을 주목했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우리나라 신도시의 모델인 '타마신도시(뉴타운)'다. 도쿄 구부에서 약 20㎞ 떨어진 타마시(市) 일원에 지은 타마신도시는 도쿄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조성된 만큼 일본 특유의 저층 주택 대신 공동주택을 배치했고 이는 30년이 지난 2000년대 이후 슬럼화로 인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명훈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는 "도쿄도는 메가시티 마스터플랜이 없는 상황에서 행정권 일원화를 위해 급조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갑자기 턱없이 넓어진 시 영역과 이로 인해 낮아진 인구밀도는 오히려 도쿄의 경쟁력을 갉아먹었다는 분석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허술한' 메가시티 도쿄도가 서서히 메가시티로서 위용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부터다. 발달된 철도교통 수단과 도쿄도 차원의 지원대책이 이어지면서 도쿄도의 도시 경쟁력이 강화된 것이다.
◆ 도쿄도, 접근성 강화·경제사회적 정비로 노후화 위기 넘겨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도쿄의 대표적 번화가 신주쿠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2020.07.03 goldendog@newspim.com |
도쿄도를 진정한 메가시티로 끌어올린 것은 발달된 교통수단이다. 촘촘히 깔려있는 일본 도시철도망에도 이동시간이 길어 물리적인 거리 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도 여전히 멀었던 구부와 타마는 교통수단 발달로 가까워졌다. 이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로 1시간 수도권을 실현하려는 우리나라에서도 참조해야할 부분으로 꼽힌다.
특히 2027년 개통 예정인 주오신칸센(中央新幹線)은 도쿄도의 메가시티화를 더욱 앞당길 것이란 게 일본내 기대다. 자기부상철도인 주오신칸센은 도쿄, 나고야, 오사카를 연결하는 철도 노선으로 최대 시속 600㎞ 평균 시속 505㎞로 주행한다. 2027년 도쿄와 나고야를 우선 연결하고 2045년 오사카까지 전구간이 개통될 예정이다. 사업비는 9조엔(한화 약 78조3000억원)으로 2014년 착공했다.
주오신칸센의 등장으로 도쿄의 메가시티화가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쿄도를 중심으로 한 일본 수도권은 일본 인구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4500만명이다. 주오신칸센으로 인해 이같은 수도권 비중은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정비사업 역시 도쿄도의 경쟁력을 높인 요소로 꼽힌다. 도쿄의 재건은 2차 세계 대전 도쿄 대공습으로 쑥대밭이 된 후 시작됐다. 그때까지 일본 건물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목조 건물이 사라진 자리에 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섰다.
도쿄에선 일본이 1950년대부터 시작된 고도 성장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현대적 건물들을 지어올렸다. 하지만 고도성장기가 끝난 90년대부터 건축연령 40년이 넘어선 노후 건물은 슬럼화 우려를 불렀고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도쿄도 도시개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잃어버린 30년'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꾸준한 정비사업을 토대로 도쿄도 구부의 정체를 막았으며 타마지역의 개발로 메가시티로서의 역량을 강화했다. 도쿄도의 정비사업은 단순히 주택 재개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부분까지 함께 이뤄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베드타운 실패 사례로 지목됐던 타마신도시다.
타마신도시는 70년대 초중반 이주한 일본 베이비부머 세대가 70~80대가 되며 노인 도시로 전락했다는 조롱을 받았다. 산업기반이 없는 베드타운의 한계 때문에 젊은 세대가 다시 도쿄 구부로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도쿄도 차원의 정책이 나오며 달라진다.
도쿄도는 우선 명문 공립대학인 도쿄도립대학을 타마신도시로 이전했고 이는 젊은 세대의 타마 정착과 일자리 창출로 이뤄졌다. 일본 젊은 세대는 우리나라와 달리 새싹기업 창업보다 여전히 대기업 취업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타마신도시는 도쿄도립대를 중심으로 새싹기업 창업 등 활발한 인적 교류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타마신도시는 극심한 저출산을 겪는 일본에서 젊은 수요의 이탈과 노후세대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타마신도시는 인구 감소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때 유령도시라는 조롱을 받았던 타마신도시는 이제 노후 신도시 리뉴얼의 정석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 글로벌 인적자원 유과 활발 문화교류...도쿄 메가시티 '잃어버린 30년' 탈피 첨병될 것
도쿄는 여전히 많은 곳에 새로운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의 계획으로는 에비스 공원과 덴노즈 아일, 시오도메, 롯폰기 힐스, 시나가와, 도쿄역의 마루노우치 부분이 포함된다.
도쿄도는 지금도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외국인 수가 늘고 있어서다. 이는 메가시티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글로벌 문화 및 인적자원의 활발한 교류가 기반이 됐다. 행정기관, 금융기관이나 대기업과 경제 분야 뿐 아니라 신문·방송·출판 등의 문화면, 대학·연구기관 등의 교육·학술면에서도 일본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만큼 세계적인 기업들 역시 도쿄도에 자리를 잡으면서 정착 외국인들이 늘고 있는것으로 풀이된다.
도쿄 메가시티는 향후 '늙은 일본'을 책임질 주역으로 꼽힌다. 일본 수도권 4500만의 중심지로 끊임없는 글로벌 인적자원의 흡수 그리고 관광을 비롯한 문화교류의 활발성이 있어서다. 아울러 메가시티 발전도 한층 가속화될 것이란 진단이다. 도쿄 1극화가 우려될 정도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쿄도의 경우 침체기를 겪었던 일본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속에서 일본 자체 인구는 줄어도 도쿄도의 인구는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그런면에서 인구 축소기를 겪고 있는 나라에서 대도시 권역이 성장하는 사례로서 주는 함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구가 1000만명, 2000만명을 넘는다고 무조건 메가시티가 되는 건 아니다. 세계 곳곳에 대도시권이 존재하지만 단지 인구만 많을 뿐 메가시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그렇기에 메가시티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교수는 "초거대 도시인데도 발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멕시코시티와 같은 사례도 적지 않다"며 "2500만명을 포함하는 구도로 확장되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 견인차 역할을 했던게 상하이 대도시권인데 서울 대도시권의 역할도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도) 조만간 일본처럼 인구 축소기를 겪을 것이고 그런 시기에 과연 국가적인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향상시켜 나갈것이냐는 것에 대한 답이 서울 대도시권에 주어진 과제며 그런 측면에서 일본의 사례가 주는 함의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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