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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부활, 그 불공정한 경쟁

기사등록 : 2023-11-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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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부활한 비틀스가 BTS 정국을 제쳤다. AI기술을 활용한 비틀스의 신곡 '나우 앤 덴'(Now and Then)' 이야기다. '나우 앤 덴'은 존 레논이 1977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미완성 데모곡이다. 1980년 존 레논이 사망한 이후 1990년대에 발표를 시도했지만 워낙 녹음 품질이 좋지 않은데다 당시엔 목소리와 주변음을 분리하는 기술이 없어 실현되지 못했다.

포기했던 복원은 2021년 피터 잭슨 감독이 비틀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디믹스'라는 AI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가능 해졌다. 레논의 목소리를 깔끔하게 분리해 낸 후 멤버들의 연주와 코러스를 더해 비틀스의 신곡으로 완성된 '나우 앤 덴'은 유튜브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2500만 회를 돌파했고 BTS 정국, 테일러 스위프트 등을 제치고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정상에 올랐다. 54년 만이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AI 기술을 활용한 '아티스트 부활' 사례가 늘고 있다. 1996년에 피살된 래퍼 투팍이 2012년 코첼라 페스티벌에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것을 시초로 2009년 사망한 마이클 잭슨이 2014년 빌보드 시상식에, 2012년 사망한 휘트니 휴스턴이 2018년 홀로그램으로 돌아왔다. 1977년 사망한 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는 2018년 로즈 극장에서 오케스트라와 라이브 협연도 했다.

국내에서도 고(故) 김광석, 터틀맨, 유재하 등이 AI와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무대 위에 섰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와의 만남은 팬에게는 신기하고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지만 기술이 발달하고 사례가 늘어가면서 추모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과도한 상업행위라는 비판과 아울러 신인 아티스트의 기회를 막는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된 제1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가 개최된다. [사진=김강석 추모사업회] 2022.12.29 digibobos@newspim.com

영국의 음악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는 2019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부활'기술을 활용해 고인을 무대에 세우는 것을 '유령 노예(ghost slavery)'라 지칭했다. 그는 과연 고인이 된 스타 아티스트들이 이런 무대에 동의했을 지, 유산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내려는 책략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디지털 부활'은 본의와 관계없이 무대에 서게 되는 작고한 아티스트 못지 않게 그들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의 후배 아티스트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아무리 다양하고 흥미로운 콘텐츠가 쏟아진다 해도 인간에겐 사실상 '일일 시청 총량'이 존재한다. 가창력에 대한 검증은 물론 두터운 팬 층이 확보된 상위 아티스트의 재등장은 신인에겐 사실상 기회의 상실과 다르지 않다. 이 같은 '디지털 부활'이라는 불공정한 경쟁은 AI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하면서 음악계를 넘어 예술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디지털 부활'은 자연스럽게 '사후 디지털 고용'과 연결된다. 김명주 교수는 저서 'AI는 양심 없다'에서 사후 디지털 고용이란 이미 세상을 떠난 고인이 디지털 공간에 남겨 놓은 흔적을 이용해 디지털 인물로 부활시킨 후 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복구한 것으로 정의한다.

[런던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50년 전 비틀즈 멤버 전원이 런던 북부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촬영해 '애비로드' 앨범 커버로 써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진을 찍은 장소에서 8일(현지시간) 수백명의 비틀즈 팬들이 모였고 일부 팬들은 사진 촬영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비틀즈 멤버들의 모습을 재현했다. 비틀즈는 '애비로드' 앨범을 마지막으로 해체됐다. 2019.08.08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방탄소년단 정국 [사진=빅히트뮤직] 2023.11.06 alice09@newspim.com

만인의 연인으로 불렸던 오드리 헵번은 사망 20년이 지난 2013년, 초콜릿 광고 영상에 출연했고 2016년 세상을 떠난 캐리 피셔는 사망 후 발표된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레아 공주역을 꾸준히 맡아 왔다. 사후 디지털 고용의 대표적 사례다.

최근엔 AI기술이 '회춘'을 시도하며 디지털 부활의 영역을 확장 중이다. 올해 80에 접어든 배우 해리슨 포드는 '인디아나 존스 5'에서 30대로 등장했고 시리즈물 '카지노'의 최민식은 AI를 활용해 외모부터 목소리까지 30대 청년으로 거듭났다.

말 그대로 시간을 초월한 극한의 경쟁이 열린 셈이다. 자칫 돈이 된다면 기술로 죽음조차 흔들 태세다.

디지털 부활과 고용은 두 가지 난제를 안고 있다. 초상사용권 (퍼블리시티권)과 경제적 수익의 배분이다. 초상사용권(퍼블리시티권)은 이름과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재산권이다. 일반적으로 연예인들은 사후에도 광고 등에 자신의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후 고용은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이미지가 왜곡되거나 오염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굿 윌 헌팅' 등으로 알려진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2014년 세상을 뜨기 전, 사후 25년간 자신의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유서를 작성했다. 살아 생전 자신이 쌓아 온 이미지의 훼손을 막기 위해 초상사용권(퍼블리시티권)을 명확하게 제한한 현명한 대비였다.

사후 디지털 고용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 배분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개인 경제활동에 대한 수익과 관련된 법률은 대개 당사자 생존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AI로 부활한 터틀맨의 신곡이 뜨거운 호응을 얻었음에도 제작사 Mnet은 상업용으로 음원을 발매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아직은 디지털 부활과 고용이 본격화되지 않아 과제로 남아있지만 머지않아 반드시 공론화를 거치고 규정이 만들어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폴 메카트니가 '거기 할아범 친구!'라는 제목의 아동 서적을 출간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비틀스의 신곡 '나우 앤 덴'. 전 세계 비틀스 팬들과 남아있는 비틀스 멤버에겐 확실히 감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 'AI 기술이 만들어낸 비틀스의 화려한 부활'이 다소 씁쓸한 건 왜일까?

비틀스는 1970년 해체됐고 존 레논은 1980년 뉴욕 집 앞에서 열성 팬의 총에 맞아 숨졌다. 멤버 중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은 2001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해체되어 두 명의 멤버만 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비틀스가 1977년의 존 레논 목소리에 1995년 녹음된 해리슨의 기타 연주를 얹고 새로 녹음된 매카트니의 연주와 링고 스타의 드럼과 코러스를 담아 믹싱했다. 시공을 초월한 멋진 프로젝트임엔 틀림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비틀스의 마지막 곡이었으면 한다.

"폴, 이건 너무 나간 거야. 비틀즈는 이미 해체됐다구. 비틀즈는 40년 전 4명의 청년에게 일어난 독특한 상황이었어. 반복하거나 복제할 수는 없어. 그들은 결코 다시 나타날 수 없다고."

버추얼 챗봇 플랫폼인 캐릭터 닷AI의 존 레논 챗봇의 멘트가 회자되고 있다. 열광하는 팬 못지 않게 AI로 부활한 비틀스를 씁쓸해하는 팬 역시 많다는 뜻 아닐까?

◇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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