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계속되면서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동 관련 펀드에서 역대급 자금을 유출하며 불안한 투심을 드러냈다.
1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LSEG 데이터를 인용, '아이셰어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사우디아라비아 상장지수펀드(ETF)'에서 10월 한 달 동안 2억달러 이상의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역대 최대로, 한 달 사이 20% 넘게 자금이 축소된 것이다.
이달 들어 자금 이동 흐름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중동 지역 전체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우디뿐만 아니라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물론 이스라엘 증시 관련 펀드에서도 자금 이탈이 관측된 것.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이 대치하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사진=로이터 뉴스핌] |
통신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MSCI 카타르 ETF에서는 10월 한 달 동안 770만달러가, 아이셰어즈 MSCI UAE ETF에서는 275만달러가 각각 유출됐다.
뿐만 아니라 아이셰어즈 MSCI 이스라엘 ETF나 ARK 이스라엘 이노베이티브 테크놀로지 ETF, 블루스타 이스라엘 테크놀로지와 같이 이스라엘 관련 ETF에서도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있었던 10월 7일 이후 250만~930만달러 정도의 자금 순유출이 기록됐다.
중동 관련 ETF 자금 유출 속도는 같은 기간 대부분의 신흥 시장 ETF 자금 유출을 크게 앞지르는 수준이며, 이스라엘 관련 펀드를 빠져나온 자금도 평균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테크 분야가 활성화된 이스라엘은 올해 정부의 사법 개혁 여파로 인해 가뜩이나 투자 액수가 2018년 이후 최저치로 감소한 상황에서 전쟁 리스크까지 더해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에크 신흥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 나탈리아 구루쉬나는 이스라엘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당분간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중동·아프리카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토르키에른 솔트베트는 "자금 유출이 상당히 무차별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각국 펀더멘털에 100% 기인하는 것은 아니며 현재는 역내 전체로 위험이 증가한다는 인식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신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로 인해 투자심리에 다소 균열이 생기긴 했으나 전반적 시장 상황은 놀랍게도 탄력적이라면서, 앞으로 전쟁 리스크가 얼마나 장기화할지가 시장 분위기 변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중동 펀드들은 최근 들어서는 하마스 공격 이후 발생한 손실을 대부분 만회한 상태이며, 이스라엘 역시 통화 및 국채 가치가 반등한 상태다.
독일 유니온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세르게이 데르가체프는 "아직은 (위기) 전염 리스크를 크게 두려워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중동 경제들이 지금까지 위기는 견딜 정도의 체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인데, 이스라엘의 경우도 2000억달러 가까운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으며 걸프 국가들도 유가와 가스 가격 급등으로 지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 또 이스라엘 기업 및 투자에 얼만큼의 피해가 발생할지에 따라 경제적 충격이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르가체프는 "이스라엘의 경우 전쟁 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가 주요 변수로 아직 자산 가격에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솔트베트는 전쟁 장기화로 석유 의존도를 줄이려는 사우디 계획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